우리 모두는 처음인 삶을 살아갑니다. 다들 처음이라 두렵고 서투르며, 실수투성이입니다. 갈수록 험해지는 이 세상에서 하는 일이니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도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이들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헤르만 헤세의 말처럼 모두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열심히 걸어간 이들이지요. 이들은 모든 것이 처음이라 불안하기만 한 우리의 멘토이자 벗입니다. 이렇게 먼저 길을 걸어간 사람들은 우리의 전신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줍니다. 우리는 이 거울 앞에 서서 남의 말에 함부로 흔들리지 않는 용기와 의연함을 배웁니다. 나를 더 나답게 사랑하며 나를 둘러싼 이 거친 세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밝고 깊은 눈을 갖게 됩니다.
모성에 대한 거부와 찬송,
여성의 육체: 그 불화와 화해의 시학,
자아정체성의 모색과 존재의 전환,
외출: 부재하는 공간을 찾아가는 기호,
생존과 저항을 향한 여성의 말하기와 글쓰기.....
이 책은 이화여대에서 공부하고 강의하고 있는 네 명의 연구자가 여성문학에 대해 함께 읽고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기존의 여성문학에 대한 논의가 남성중심적 시각의 독서로 이루어져 여성문학에 내재한 본질을 섬세하고 풍부하게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 연구자들이 처음 공유한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여성문학은 여성 언어와 여성적 글쓰기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찾으려는 노력을 여러 층위에서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여성들은 자신에 내재한 욕망에 귀를 기울이고 주변인 혹은 타자로 인식되어온 자신의 모습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면서 여성을 주체로 인식하는 사고를 정립해 나가고 있습니다. 여성시에서의 모성과 존재 탐구, 육체와의 불화와 화해, 외출과 귀가, 생존과 저항을 위한 여성의 말과 글 등은 모두 여성의 존재 탐구와 병행하는 페미니즘적 주제들입니다. 벗어나기와 되돌아오기를 거듭하지만 점차 생산적인 인식으로 성장하고 선회하면서 여성해방과 인간화라는 의식의 내면화와 학대를 이루어온 아름다운 문학작품의 숨과 결을 함께 읽어온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여성문학을 이룬 몸과 말은 허위적인 육체 속에 가리워져 있던 참다운 생명을 찾으려는 욕구의 반증이며 여성의 글쓰기는 억압과 침묵을 뚫고 솟아오르는 생존의 서사임을 읽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00년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코멘트)
김춘수와 김수영.
이 두 시인은 우리 시사에 있어서 아름드리 나무와같은 큰 시인들입니다. 시를 읽고 사랑하고 연구하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학문의 대상이라는 의미를 넘어서는 자기 문학의 화두이기도 합니다. 이 글 역시 제가 생각하는 시의 존재의미에 대한 제 인식의 성장과 변화, 그 노정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궁극적으로 김춘수의 시학이 무용지용한 시를 통해 이르는 삶의 유희로 수렴된다면, 김수영의 시학은 시화 삶이 동궤에 놓일 때 진정 이를 수 있는 전망이라는 것이 그 요체입니다. 물론 이는 이 두 시인의 시학일 뿐 아니라 시의 힘을 신뢰하는 이들이 깃들이고자 기리는 장력의 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영원히 늙지 않는 두 시인, 김춘수와 김수영 두 시인에게서 더할 수 없이 젊은 정신으로 시의 몸을 부여안고 시의 몸 안에서 고뇌했던 진지함을 읽습니다. 그리고 그 미세하지만 강력한 떨림의 진동을 지니고 오늘 시인들의 아름다운 정신과 언어들을 더 깊고 진하고 섬세하게 읽어낼 수 있는 눈을 얻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의미있는 꽃'이 되고, 김수영 시인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거대한 뿌리'로 내릴 수 있는 그런 강인한 시들에 대한 애정어린 연구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2000년 8월 8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