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lph A. Smith는 문화정책에서 예술을 감정과 정서적인 위안이나 사회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교화의 수단으로 대중에 보급하려는 시도들에 우려를 표명했던 문화예술교육정책 연구자였다. 그는 이러한 시도들이 오히려 예술교육에 대한 개념을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버린 결과를 초래할 우려에 초점을 두면서, 자신이 일생에 걸쳐 고민했던 글들을 편집 수정하여 이 저서를 완성하였다. 이 역자도 문화예술교육의 헤아릴 수 없는 가치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실천하는 과정에서 예술에 대한 이해가 왜곡되는 성향을 보아왔기에 이 저서를 감히 번역해보고자 마음을 먹었다. 이 번역서가 나오기까지 10여 년의 시간을 가진 후에야 그 의미를 어슴푸레 알 수 있었는데 이는 예술교육 현장에서 실제적인 교수 경험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었다. 이 책의 저자가 그토록 현장의 예술교육이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가치에 모두 기여하기 위해서는 동시대적인 문화 속에서 인간 경험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가져다주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과거로부터 탁월한 예술의 가치를 현재의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저서를 처음 접할 당시 역자는 포스트모더니즘 예술교육 실천들에 심취했었고, 한편으로는 서양의 문화 속에 형성된 미학들을 기반으로 미술교육의 내용들이 고정적인 전통 이론들로 자리 잡은 이유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이 저서에서 담고 있는 미학적인 측면에서 미술이 가르쳐져야 하는 이유들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졌었고, 그 철학적이고 이론적인 근거들을 모더니즘적 사고라고만 여기고 문화 다양성의 수용 측면에서 폭넓은 이해를 못했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저서에 담긴 '심미적 교육'의 의미를 이해하기까지 학교 현장에서 일반교육으로서 실천되는 미술교육의 궁극적 목적을 다시금 바라보았으며, 교양교육으로서 예술이 주는 인문학적 통찰력의 배양의 철학적 근거를 발견하는 데 필요한 여정을 지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여정을 통해서 예술이 제공하는 심미적 경험의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측면이 비판적 문해력의 자원이 되며 문화적 다양성의 적용으로 이어지도록 교육해야 할 필요성을 깨달았다. 인간 경험 형성에 미치는 예술의 영향력에 대한 Smith의 혜안은 이 저서가 명저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만큼 왜 예술이 가르쳐져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철학적 근거를 제시해준다. 역자에게는 모더니즘적 견해와 포스트모더니즘적 견해를 상반된 것으로서가 아니라 보완되어져야 하는 대안으로 이해하도록 해주었으며, '심미적 경험'을 통한 예술교육 실천이 전통과 현대의 조화 속에서 이행되어야 함을 깨닫게 해 준 저서이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저서들은 대개가 개념적 표현의 모호함과 난해함으로 인해 그 정당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Smith가 제안하는 심미적 안목, 비판적 사고, 문화적 대안이라는 용어들은 세계대전을 치른 20세기에 이루어낸 문화예술교육의 정당성에 대한 주옥같은 개념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소 어려운 철학적 용어들로 미학과 예술이 가진 지각적인 경험과 인지적 통찰에 대한 이론과 실천적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오늘날 빠르게 발전한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 개발로 인간 경험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다시 한번 예술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미학적인 근거를 통해 접근하도록 해준다. 이 책의 '심미적 교육aesthetic education'과 관련된 내용들은 심미적인 고양을 추구해온 고전적 이상과 휴머니즘을 동시대적 맥락에서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시대적 변화와 사회적 변혁을 쫓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늘날의 예술교육자들에게 예술을 통한 '통찰력의 배양'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저서에서 주로 사용되는 '심미적aesthetic'이라는 용어는 '미적'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용어이나, 이 저서에서는 '미적artistic'이라는 용어와 확연히 구분되는 의미로서의 예술이 가진 심미적aesthetic인 경험과 지혜, 가치, 학습 등 그 속에 담겨있는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는 용어이다. 문맥에 따라 '미적'이라는 의미와 '미학적'인 측면에서의 경험적 용어로 해석될 수 있는 용어이기에 이를 구별하기 위해 이 번역서에서는 '심미적'이라는 용어로 통일하여 해석하였다. John Dewey가 사용해온 '미적 경험'과 동일한 의미라고 볼 수 있으나, 이 저서에서는 미학aesthetics 측면에서 더 강조된 의미로서 사용되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미학적인 측면보다는 미적인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었던 문맥에서만 '미적'이란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였다. 역자가 이 책을 번역하는 과정 동안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바로 모호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 용어의 불명확한 의미 체계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 사용된 '심미적aesthetic' 경험, 가치, 태도, 고양, 웰빙 등으로 사용된 용어의 의미들은 예술이 가진 인지와 통찰, 지각에 대한 중요한 성격을 다룬 것임을 알게 되면서 이 역자는 '미적'이라는 용어와 구별해서 '심미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합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이 용어의 사용으로 인간 경험 형성으로 안내하는 심미적 교육의 방법과 실천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저자가 말하는 인지, 통찰, 지각, 감각 등의 용어들은 인간의 경험이 어떻게 형성될 수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안내하는 데 사용되며, 그러한 인간 경험 형성에 있어서 '심미적aesthetic' 고양이 그 중요한 목표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안내되고 있다. 즉, 예술이 가진 의미 있는 경험이 인간의 사고와 인지를 통해 행동으로 일어나는 매우 복잡하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가치 있는 경험의 과정임을 알게 해준다. 우리가 '알아차림'이라고 할 수 있는 감각적인 순간에 일어나는 지각적 경험은 수많은 내재적인 상상력을 동원하여 반성적인 사고를 거쳐 '깨달음'으로 발전한다. 이는 내재적 변화의 동기를 마련해주는 초석이 된다. Smith는 이러한 내재적 가치가 있는 지각적 경험을 통찰력 개발로 이행하기 위한 예술교육의 구체적인 교육과정 고안부터 실천방법까지 안내해주고 있다. 이 저서는 바로 이런 전 과정들을 '심미적aesthetic 교육'의 이론과 실천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제안한 유아기부터 성년 초기까지에 걸친 인문학 기반 예술교육과정의 단계적 이행 과제들은 공교육과 평생교육 현장에서 일반교육과 교양교육과정에 적용가능한 것들이다.
번역서가 출간되기까지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특히, 어려운 용어들에 대해 고민을 공유하며 숱한 질문들에도 기꺼이 자문해주신 존경하는 문화예술교육 현장 실천가 및 연구자, 그리고 선배교수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부족한 번역으로 인해 원저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예술교육 연구자와 현장 실천가들에게 의미 있는 명저로 읽히길 고대한다. 끝으로 숱한 원고 수정 요청을 감내해주신 박영사의 명저번역 출판 담당자와 나의 연구에 지속적으로 응원을 보내주는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무한한 고마움을 전한다. - 역자가 전하는 감사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