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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전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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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잎이 나지 않는다고 나무가 아니라는>

가벼운 풀씨가 되어도 좋겠습니다

티끌 같은 세상의 속인인 나는 마음에 번잡함이 가득해, 호젓한 산속 숲길에서도 무심한 나그네가 되지 못한다. 아둔한 자의 노력은 미련으로 쌓이고 미련은 산중 첩첩 한숨으로 남지만, 그래도 살아 있기 때문에 들길을 헤치고 산을 오르고 숲길을 걷는다. 크게 깨닫지 못할 줄 알면서 깨달음을 구하고 이미 난 길을 따라 걸으며 앞서 간 사람들의 삶과, 내 살아갈 길과, 내딛는 걸음의 의미를 물으며 지상의 길에 한 걸음을 보탠다.

꽃 핀 자리에 햇살 같은 탄성이

어린 시절 동구 밖에서 동생들과 함께 장에 가신 부모님을 줄곧 기다렸다. 동구 밖은 항상 까마득한 어스름이었고 밤이 되어도 부모님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사는 일이란 동네 안이 아니라 동구 밖에서 기다리는 일이란 것을 일찍이 알았다. 그때부터 어스름과 까마득함과 기다림이 삶에 달라붙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저녁이 되어 어스름이 깔리면 막막해졌다. 막막함은 곧 먹먹함이 되고 먹먹함이 까맣게 스며들 때 혼자 부른 어설픈 노래는 말장난이 되고 글이 되고 시가 되었다. 시는 달라붙은 어스름을 떼어내는 일이면서 한편으로 어스름과 벗하는 일이었다. 막막함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항상 빛 속으로 나가길 소망했지만, 어둠 속에 빛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더디게 갔다. 하기야 저 평화의 강물도 가뭄과 장마의 시기를 견뎌야 했거늘 우리네 삶이 어찌 평탄하기만 하겠는가. 이제 인생의 가을이다. 가을은 어둠보다 빛의 강도가 약간 더 세지만, 겨울을 향해 기울어가는 계절이다. 여전히 빛을 바라보되 기꺼이 기울어가는 삶을 끌어 앉고 살아가겠다. 어스름 즈음의 아득함을 맞기 위해 이제 동구 밖을 벗어나 해 지는 곳으로 걸어가고 싶다.

학교 한번 해 보실래요?

선유중학교 히스토리아로 혁신학교의 시도, 성공, 실패, 재도전의 혁신학교 8년 분투기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도 없이/ 잠깐이더군’ 하고 시작하는 최영미 시인의 ‘선운사’라는 시가 있습니다. 목련꽃 아래서 꽃이 피기를 기다려 본 사람은, 그리고 난망한 길 위에 서서 환한 웃음으로 돌아올 아이를 한 번쯤 기다려 본 사람은 그 심정을 충분히 아시리라 짐작합니다. 마찬가지로 비상한 마음을 품고 새로운 학교를 해 본 사람은 학교 하나 바로 세우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힘들게 만들어 놓은 학교가 한순간에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잘 알 것입니다. 선유중학교 10년은 쉽지 않았습니다. 휴전선 아래 최전선 변방에서 학교혁신의 꿈을 부여잡고 발버둥친 지 8년이 되었습니다. 경쟁과 비교의 욕망을 넘어, 생각하는 교육으로 자기 생각을 세우고 사람과 자연을 사랑하는 태도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편견을 갖지 않고 경청하기’, ‘긍정적인 변화를 찾아 칭찬하기’, ‘웃으면서 이름 부르기’, ‘믿고 기다려 주기’, ‘공감하며 존중하기’를 ‘교사의 다짐’으로 삼고, 관행과 나태를 스스로 경계하면서, 인간의 존엄을 바탕으로 한 행복과 평화를 추구하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제 선유중학교는 새로운 10년을 바라보고 미래의 먼바다를 향해 항해를 계속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흔들리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는 학생, 존경하는 교사와 학부모와 함께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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