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 동네 새 동네 나의 옛고향
파란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원수 작사, 홍난파 작곡 “고향의 봄” 동요 (1926년)
경남 창원시 소답동 시절에 이원수 선생님은 이 시를 지었나 봅니다.
옛 시절이 그립습니다.
그 소답동에서 버스로 약 30분 정도 가면, 내가 태어난 내곡리 현천 부락 도사터가 나옵니다. 이 도사터 근처에서 조선 초기의 정렬공 최윤덕(1376-1445) 장군이 태어났다고 합니다. 창원시 <이원수문학관>을 방문하면, 이원수 선생님을 좀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정렬공 최윤덕 장군> 유적지는 창원시 의창구 대산리에 정렬공 묘역이 있습니다. 2022년 <최윤덕도서관>도 창원에 설립되었습니다.
『개구쟁이 카지오』를 읽으면서, 지난 3월을 보냈습니다. 3월은 신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역자인 내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온천초등학교 입학식 날이었나 봅니다.
키가 작던 한 아이는 소극적이고, 조용하고, 말이 없었습니다. 어머님이 나를 데리고 가셨다고 합니다. 가물가물 하지만, 그날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뵈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친척이 교장 선생님이셨다고 합니다. 그 시절은 어머니 기억 속에 있었나 봅니다.
집에서 십리 길을 걸어, 창원 의창구 온천초등학교에 다녔습니다. 봄에는 보리밭길을 보며 걸었고, 여름에는 비를 맞으며 걸었습니다. 여름 방학이 오면, 아버지 일손을 돕는 아이였습니다. 소를 먹이러 뒷동산에 가기도 했습니다. 산속 개울물에서 가재도 잡아 보고, 개울 물길을 아래위로, 어깨동무 여럿이 물길을 막는 보를 만들어 물길을 막는 놀이도 했습니다. 소에게 풀을 먹이러 산으로 가는 어깨동무들을 생각하며, 나는 교과서를 펴놓은 때가 더 많았나 봅니다. 가을엔 누런 들판에서 벼를 수확하는 가족을 돕기도 하고, 겨울에는 깊이 묻어둔 고구마를 꺼내려고 땅 속을 헤집기도 했습니다.
다시 해가 바뀌고, 진달래가 피고, 개울가 버들로 버들피리를 만들 때가 봄인가 봅니다. 주전자에 물을 담아, 논밭에서 일하는 어른들을 위해 중참 그릇들을 들고 가는 아이이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초등학교 동기들은 졸업해, 나중에 초중등학교 교사가 되고, 대학 강단에 서기도 하고, 수의사가 되고, 공무원이 되고, 배를 짓고, 비행기 만드는 전문가가 되기도 하고, 대를 이어 농업과 축산업 전문가로 성장했습니다.
고향 마을의 여학생 어깨동무들은 가정을 이뤄, 자신의 직업을 바탕으로 사회인으로 성장하면서, 자신의 가정의 손자녀를 돌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이들도 지난날 어린 시절의 삶을 바탕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겠지요? 그이들도 두루 건강하고 행복한 시절이 되기를 빌어 봅니다.
반세기가 지나, 초등학교 동문회 행사에 참석한다는 핑계로 어린 시절에 뛰놀았던 교정을 한번 둘러 보았습니다. 딩사의 한 학년은 3반으로 구성되고 약 150여 명은 되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요즘 모교의 총학생 수가 130여 명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한 학년생이 20여 명 되는 것 같습니다. 교정의 12그루 소나무는 아름드리 또 가지가 무성하게 뻗어 있었습니다. 동문회에 인사차 오신 인자하신 교장 선생님도 먼발치에서 뵙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동기 모임은 중요한가 봅니다.
독자 여러분도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공유하고 싶다면, 초등학교 어깨동무들을 찾아, 그들과 대화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것도 오늘의 힘든 현실을 견디어내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힘이 되지 않을까요?
이 한 편의 번역작품이 여러 독자의 어린 시절로 시간을 되돌리는 여행 기차에 탑승하게 할까요?
혹시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함께 나누거나, 독자의 감상을 적어 역자와 함께 나누시려는 분들이 있다면 이메일<suflora@daum. net>로 보내주시면, 기꺼이 읽겠습니다.
역자의 번역 작업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가족에게 감사하며, B 프루스 작가의 작품을 -『비전 & 양복 조끼』에 이어- 소개하는 진달래 출판사에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에스페란토는 국제어입니다. 소통의 언어입니다.
그러나 에스페란토 운동에 참여한 이는
끊임없이 다가오는 “고립”이라는 낱말을
때로는 즐거움으로
때로는 공감으로
때로는 배려심으로
때로는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만
진정한 에스페란토 사용자로 남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열정의 시인
칼만 칼로차이(Kalman Kalocsay)의 시집『고립』은
에스페란토를 화두로 살아가는
에스페란토 사용자에겐 어떻게 “고립”을 활용하고,
“고립”을 벗어나, 소통하고자 하는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창작 작업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재료입니다.
제 번역이 칼만 칼로차이의『고립』을 이해하는 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2023년 6월,
뻐꾹새가 우는 쇠미산 자락에서
역자 장정렬 씀.
이 작품 『공포의 삼남매』를 보시면, 국어 번역본을 먼저, 에스페란토본을 뒤에 배치한 것은, 학습자들이 에스페란토문을 학습하기 전에 한국어 번역본을 먼저 이해하고 에스페란토문을 학습하면 학습효과가 높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배치했습니다.
만일 애독자 여러분이 국어나 에스페란토로 동화 구연을 한다고 보면, 그 중 어느 한 텍스트를 정해 이를 표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에스페란토로 동화를 구연하려는 독자 여러분은 여러번 에스페란토문을 읽고, 그 문장이 머리 속에 그림으로 표현될 수 있을 정도에 동화로 구연하면 듣는 이가 어린아이거나 어른이고 관계없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동화 구연을 하는 분의 목소리와 표정에 귀기울이리라고 상상을 해 봅니다.
꽃이 피고 또 꽃이 피고 그러다 꽃이 지고 또 꽃이 지고 그 많은 꽃이 결실을 맺고, 땅에 떨어져, 새 생명을 준비하고 그래서 새싹을 준비합니다.
여러분도 에스페란토 작품들을 통해 즐거운 문학의 향기를 느끼시길 기대합니다.
역자는 저자의 여러 작품-『정글의 아들 쿠메와와』,『세계민족시집』, 『파드마, 갠지스 강가의 어린 무용수』, 『대초원의 황제 테무친』을 번역해 가면서 저자가 에스페란토를 정말 사랑하고, 에스페란토를 통해 인류의 상호 이해와 평화를 추구하는 헌신적 인물임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에스페란토를 제대로 잘 배워 익히면 에스페란토 세계가 한결 더 가깝게 느껴질 것입니다.
최근 우리 주변에 에스페란토 교육에 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경희대학교, 단국대학교, 원광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에스페란토를 정규 교과목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또 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에서, 또 대안학교 수업에서 에스페란토를 교과목으로 지속적 학습을 이어가는 것이 이채롭습니다. 또 각 지역에서도 시민들이 여전히 평생교육의 목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독학하며, 에스페란토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 번역 작업에는 중국 번역작가 에스페란티스토 위지엔차오(于 建超) 여사의 도움이 컸습니다. 현재 베이징 에스페란토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자 티보르 세켈리 작품의 저작권을 가진 엘리자베스 세켈리(Eržebet Sekelj) 여사는 기꺼이 역자에게 한국어 번역을 허락해 주셔서 이 작품이 책으로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이 책의 그림들도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이 그림을 그린 이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앙예술학원(Central Academy of Fine Arts)을 졸업한 탁월한, 만주 출신의 중국 청년 화가 뚜어얼군(多尔衮)입니다. 생동감 있는 작품을 사용하게 준 이 화가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한 사람 더.
이 번역작품을 완결할 시점에, 동서대학교 박연수 박사가 <추천의 글>을 보내 주었습니다.
티보르 세켈리의 작품 『대초원의 황제 테무친』번역이 책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에는 늘 가족의 든든한 지원과, 에스페란티스토 여러분의 격려와 도움이 있었습니다.
저는 1984년 발간된 에스페란토본을 텍스트로 이 작품을 번역했습니다.
어린이 독자 여러분!
이 책을 아동에게 읽어줄 엄마 아빠분들께.
이 작품에서 작가는 재혼한 아빠와 함께 사는 6살의 소년의 심리적 자화상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주인공 야체크가 힘들어 보이나요?
여러분은 주인공의 남동생은 사랑스럽나요?
여러분은 엄마를 따라나선, 주인공의 누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날 우리 주변에도 다양한 형태의 삶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 삶 속에 엄마는 엄마로서, 아빠는 아빠로서, 아이는 아이로서 각자 나름의 기쁨, 노여움, 슬픔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런 감정을 조화롭게 표현하고 조절하는 것이 우리 일상의 삶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이 작품의 아래 대목을 보면서, 제가 자식들을 키우면서, 그런 순간에 뭘 했을까 하는 반성을 해 보기도 합니다.
“울 수도 있지.” 대통령은 한때 야체크에게 설명해 주었다. “울면 기분이 상쾌해지기도 해. 또 그런 울음으로 아이들은 이 세상에 지지 않으려고 싸우는 거야. 또 때로는 어른과 싸우는 순간이기도 하지. 하지만, 사람이 울 때는 주위에서 그 눈물을 닦아줄 사람의 손길이나 입술이 있어야 하지. 그런 누군가의 손길이나 입맞춤이 있으면, 아직 흘러내리는 그 눈물을, 아직 마르지도 않은 그 눈물을 멈추게 해주거든. 그 손길이나 그 입맞춤은 울음을 그치게 하고, 곧 우는 사람을 웃게도 하거든.”...
...또 야체크가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두고 있는, 가장 깊숙이 자리하는 꿈이란, 단지 한 번이라도 아빠 손을 잡고, 아빠와 함께 도시를 산책해 보는 것이고, 그렇게 길에서 오랫동안 걸어보며, 그동안 서로 손과 손을 꼭 잡고, 둘이 함께 과자 가게를 찾아,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은 그런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하면 될까요?
폴란드 문학가 예지 자비에이스키의 이 작품 『대통령의 방문』은 오늘날의 우리 가정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현명하게 또 훌륭하게 자녀를 키워 내고 싶은 엄마 아빠의 모습을 살펴보게 하고, 또한, 그 가정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한번 살펴보게 합니다.
역자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독자가 우리 가정과 우리의 영혼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고, 엄마 아빠의 지혜로움과 자녀의 희망이 어우러져 가정 행복을 만들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조용히 가져봅니다.
독자 여러분 또한 어린이 여러분!
희망을 잃지 말고, 자신의 꿈을 향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길 빕니다.
지난 3월 코즈로브스카 작가의 단편 작품집 『반려 고양이 플로로(Kato Floro)』를 번역 출간하고 난 뒤, 저는 부산일보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기고문을 현지 우크라이나로부터 받을 수 있는지 요청을 해 왔습니다.
부산일보는 에스페란토 관련 기사를 국내에서는 비교적 많이 취급해온 언론사입니다. 그 기회로 이렇게 모은 귀중한 기고문들이 -우크라이나 시인 페트로 팔리보다, 폴란드 초등학교 유치부 교사 그라지나, 프랑스 작가 앙리 마송 씨가 보내 주신 글- 여기 이 코즈로브스카 작가의 작품집에 특별기고 형식의 <제2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평화 애호가 독자 여러분은 러시아 침공으로 빚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서 평화의 국면으로 전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을 겁니다.
한국어 역자나 이 책의 출간인의 의도는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에스페란토 정신에 입각해 있습니다.
번역가 페트로 팔리보다 씨는 앞서도 설명했지만, 우크라이나 중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오랫동안 봉직해 왔습니다. 한편으로 에스페란토 사용자이기도 합니다. 작가이자 시인인 영어 번역자의 문학 애호심을 다시 한번 살펴볼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작가의 문학적 관점이 한국 독자들의 관심과 맞는지도 한 번 살펴봐 주실 것을 권합니다.
이 책의 발간을 위해 애를 쓰신 진달래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번역을 늘 응원하는 가족에게도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혹시 저자나 번역자에게 이 작품집을 애독하시고, 감상문을 이메일(suflora@hanmail.net)로 보내 주시면 제가 감사히 읽겠습니다. 저자에게도 그 독자 의견을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하루속히 다시 찾아오기를 기원하면서, 옮긴이 글을 마칩니다.
2022. 07.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다시 깃들기를 기원하며, 역자 올림
번역하고 나서
“《阿诗玛》(아스마)는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만두고 싶어도 참을 수 없고, 이 작품을 손에 쥐면 놓지 않게 하고, 단번에 읽게 만듭니다.”
“누이 아스마는 예쁘고, 총명하고, 근면하고, 선량한 아가씨입니다. 중국 원난(雲南) 이족(彝族) 사니인에 전승되어 오는 장시(長詩) 시가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 시가는 아름답고 총명한 누이 아스마와 오빠 아헤이, 이 두 남매가 세상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 아름다운 서사시입니다.
아스마가 열일곱 살이 되었을 때, 이족(彝族)의 고을마다 그 총명함이 널리 알려져 귀족이자 재력가 라부발라는 아들 아치의 신붓감으로 탐내게 됩니다. 귀족 라부발라가 아스마를 며느리로 데려오려고 중매쟁이를 아스마의 부모 클루즈민 집으로 보내 혼담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하자, 라부발라 일가는 권세를 믿고 군사를 조직하여 강제로 아스마를 빼앗아 갑니다. 멀리서 양치기를 하던 오빠 아헤이는 불길한 징조를 보고 양을 몰고 집에 돌아 와 보니, 누이 아스마가 라부발라 가문에서 보낸 사람들이 강제 혼인을 위해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쫓아갑니다. 라부발라 가문과 다양한 재주 겨루기를 합니다.
결국 오빠 아헤이가 당당히 라부발라 일가를 이기고, 오누이가 의기양양하게 고향으로 돌아갑니다. 돌아가던 중 불행하게도 그 오누이는 강풍과 물난리를 당하게 되고, 안타깝게도 그만 홍수에 아스마를 잃게 됩니다. 오빠 아헤이가 어떻게든 누이 아스마를 살려내려 하지만 끝내 누이 아스마를 구하지 못합니다.
결국 누이 아스마는 이족의 한 가지인 사니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다정한 울림으로 변해, 사니 사람들이 모여 사는 구이산(圭山) 지역에서 메아리쳐 영원히 사니 사람들과 함께합니다.
이 시가는 원래 이족 중 사니인 언어로 전승되어 오다가, 1950년대 신문사 등지에서 이를 채록해, 중국어(한문)로 번역 소개하여, 나중에 영어, 불어, 일본어, 러시아어, 에스페란토 등 여러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는 번역 소개된 적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저는 에스페란토 판을 기본으로 번역해 보았습니다.
에스페란토 번역본(1980년 중국세계어출판사 발행)을 저는 1992년 8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범태평양 에스페란토 대회장에서 구입했습니다. 이 에스페란토본의 장정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그해 저는 이 대회장에서 한국과 중국이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작품의 국어번역은 1993년 9월부터 몇 달간 이루어졌고, 다음 해 2월, 아내의 도움을 받아 교정도 해 두었습니다. 이 책 출간에 대해 생각해 오다 2004년 8월 조선일보에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아스마 학술 행사>에 한국학자들이 참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시가 <아스마>는 차원 높은 민간전승 문학 양식을 갖추고 있다고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국내 여러 학자도 이 민속 문학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30년이 흘렀네요. <아스마>를 국내에 소개하고 싶은 희망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그 동안에 에스페란토 번역본의 역자 리스쥔 선생님과 편지교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봄 속의 가을>(바진(巴金) 지음)을 에스페란토로 옮긴 분이 리스쥔 선생님이었습니다. <봄 속의 가을>을 번역하면서 리스쥔 선생님과 서신을 교환해 왔습니다. 그 뒤, 인터넷이 발달되어 중국 에스페란티스토들과의 문학 작품에 대한 의견 교환도 비대면과 대면 만남을 통해 이어졌습니다.
에스페란토로 옮기신 리스쥔(李士俊) 선생님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하고 싶습니다.
리스쥔 선생님은 중국 고대소설 『삼국지』,『수호지』등을 에스페란토로 옮긴 번역가입니다. 리스쥔 선생님은 지난 2007년 10월 6일자 부산일보 [접속! 지구촌 인터뷰] “중국 최고령 84세 에스페란티스토 리스쥔”으로 소개되었습니다.
2010년 8월 중국 산시성(山西省) 타이유안(泰安)에서 열린 에스페란티스토교직자연맹(ILEI) 행사에 참관할 기회가 있었는데, 에스페란토로 옮기신 리스쥔 선생님을 다시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청년과 같은 열정으로 시민과 학생들에게 강의와 강연, 연극을 보여주었습니다. 리스쥔 선생님의 필명은 라우룸(Laŭlum)-빛을 따라-입니다. 리스쥔 선생님께 민담이자 서사시인 『아스마』를 출간하는데, 저작권(번역권)의 문제가 있다고 하니, 선생님은 기꺼이 이를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은『아스마』를 에스페란토로 옮길 때의 일화도 들려 주셨습니다. 선생님은 댁에서 회사인 중국보도사(El Popola Ĉinio)로 출근할 때 자전거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때 선생님은 밤새 번역한 에스페란토 문장들을 자전거로 이동하면서 더 나은 표현이 있는지 생각해보고는 더 나은 표현이 있으면, 이를 회사에 가서 수정해 반영하였다고 합니다.
타이유안에서의 행사가 끝난 뒤, 여러 에스페란티스토와 저는 선생님 댁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보여주시는 에스페란토 번역본 사진을 제 핸드폰 사진기로 찍어 두었고, 이를 이 책자를 펴낼 때 쓸 생각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나중에 더 세련된 문장으로 만든 에스페란토 교정본을 이메일을 통해 보내주셨습니다.
리스쥔 선생님의 에스페란토 번역본을 통해 에스페란토의 높은 문학성을 감상할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번역가 리스쥔 선생님에 대한 인터뷰 기사(부산일보)가 실려 있습니다. 이 글도 함께 읽기를 권합니다.
이번 번역본에는 국어 번역본을 읽은 박용승 님의 독후감을 함께 실어봅니다. 귀한 글 주신 박용승 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무더운 여름에 폭포수처럼 시원한 시가 『아스마』를 여러분께 국어와 에스페란토 번역본으로 함께 소개합니다. 번역본을 내면서도 늘 수줍은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을 수 있고, 더 나은 표현이 있을 겁니다.
에스페란토를 읽고, 우리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의 지도와 편달을 바랍니다.
혹시 독후감을 보낼 분은 suflora@daum.net로 보내주시면, 기꺼이 읽겠습니다.
끝으로, 한국과 중국의 우의와 이해를 위해 에스페란토로 노력하는 분들께 이 번역본을 바칩니다.
묵묵히 번역을 지켜보는 가족에게도 이 아름다운 누이 아스마를 선물처럼 소개하렵니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2023년 7월에
헝가리 작가 이스트반 네메레는 고등학교 때 에스페란토를 배워, 2019년 말 현재 726권의 저서를 발간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발간한 작가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헝가리어로 발간되고, 소설, 역사, 공상과학, 아동을 위한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가는 에스페란토 원작품도 19개나 들어있습니다. 한국 독서계에 이번에 소개하는 공상과학 소설 <메타 스텔라에서 테라를 찾아 항해하다(원제: TERRA)>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에스페란토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의 <La Balta Ondo>잡지에서의 인터뷰(https://sezonoj.ru/2020/01/nemere)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TERRA>는 작가의 작품 중 두 번째로 한국에 소개됩니다.
첫 작품은 <DGSE(프랑스 비밀첩보국)>(이스트반 네메르 지음, 박미홍 옮김, 파랑새열쇠, 2002년, 대구, 276페이지)입니다. 이 책 제목은 <Vivi estas Danĝere>(1988)입니다. 1959년 알제리 반란을 다룬 작품입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TERRA>는 이보다 한 해 앞서 발간된 공상과학소설입니다.
애독자 여러분,
오늘날 우리가 사는 이 지구를 어떻게 잘 보존해야 하는지를, 이 작품은 저 먼 미래 –지금으로부터 약 8천 년 이후인 1만 년경의 미래-에서 돌아보게 합니다. 야르코스라는 동화작가를 통해, 메타 스텔라 세계에서 TV로 전 세계에 공연되는 동화를 듣는 사람들이 원시 행성- 잃어버린 지구(테라 TERRA)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다가, 동화 작가인 주인공 야르코스의 이야기 속으로 안내합니다.
우리가 사는 지구의 생태학적 아름다움을 잘 보전하여, 후세 인류에도 오늘날의 지구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도 이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요?
한편으로 현실 세계를 벗어난 메타 버스(가상 세계)라는 삶도 우리가 한 번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과학이 발전하고 우주여행이 자유롭고, 인류의 평균 수명이 연장되고, 의학이 발전하면 어떤 모습인지도 이 작품 <TERRA> 속에서도 엿볼 수 있으니, 우리의 과학 세계의 미래를 한 번 관찰해볼 기회가 아닐까요?
특히 청소년 독자 여러분에게는, 혹시 이 작품을 읽는다면, 자신이 펼쳐 보고 싶은 미래 세계가 어떤지도 한 번 상상해 볼 기회가 아닐까요?
이스트반 네메레 작가가 보여주는 상상의 세계, 미래 세계로 애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22년 3월 부산에서
역자는 올해 4월 중국 채팅창 <Wechat>의 <에스페란토독서회>에서 중국 난창(南昌)시 에스페란티스토이자 환경공학과 박사이며 교수인 공샤오펑(Arko)님이 이 작품 <Pro Kio?>를 제안해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그 방에서 공교수님의 이 작품소개가 흥미진진했습니다.
이 작품이 에스페란토소설 중 탐정(범죄 소설)분야에서 최초의 원작이라는 것이, 또 이 작품에 대한 여러 작가들의 서평 또한 역자의 흥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다 읽기 전에, 이 작품 읽기를 병행하면서 번역까지 해 볼 마음을 내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해외 여행이나 외국 에스페란티스토들의 방문이 어려운 시점에 에스페란토 원작을 우리글로 옮기는 작업은 무더위를 식히고, 제 생각의 폭을 넓히게 되니, 좋았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의 역할과 태도, 의지 등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이 번역작품을 읽는 즐거움도 얻게 된 것입니다.
이 작품을 쓴 저자는 프리드리히 빌헬름 엘레르지크(ELLERSIEK, Friedrich Wilhelm(1880-1959, 필명 Argus, Eko 등)입니다. 작가는 1880년 독일 Calvorde에서 태어나, 1907년 에스페란티스토가 되었습니다. 1909년부터 에스페란토 잡지 <Germana Esperantisto> 와 <Esperanta Praktiko> 의 편집인이자 발행인이었고, 언어위원회(Lingva Komitato:LK)와 에스페란토학술원(la Akademio de Esperanto) 회원으로 활동하였습니다. 여행사를 경영해, 그 여행사 대표로 세계에스페란토대회 여행단을 조직하며 에스페란토를 활용한 인물입니다. 수많은 원작 기고문과 번역문 등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처음에는 작가가 펴낸 잡지에 1918년 1월부터 1919년 1월까지 연재되었다가, 1920년 초판이 출간되었습니다. 당시 출간된 작품이라도, 지금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저도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도입부 설명을 듣고서, 저는 중국 단둥(丹東)시에 사는 에스페란티스토이자 영어교사인 장웨이(张伟)선생님께 각자 국어로- 저는 한국어로, 장선생님은 중국어로- 번역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장웨이 선생님은 수년 전부터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6.25 전쟁 당시 한국에서 전사한 중국군의 유해발굴단 일원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장웨이 선생님은 또한 북한에도 에스페란토 보급과, 에스페란토를 통한 북한 여행을 주선해 오기도 한 에스페란티스토입니다. 수년간의 그분과의 교류와 우의를 바탕으로, 저의 제안을 장웨이 선생님은 흔쾌히 공감해, 수시로 번역문을 장별로 나누어 보내줘서, 마침내 10월 초순에는 <중국어> 번역본이 준비되었습니다.
저도 지난여름을 보내면서, 이 작품을 국어로 옮기는 작업을 했습니다. 몇 군데 유럽의 여러 도시 지명이나 도로명으로 우리글로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저자의 생각 흐름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만, 이 작품의 흥미진진한 결말은 역자에게 즐거움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 작품은 에스페란토 원작을 기반으로 한국어 번역본과 중국어 번역본이 동시에 한국 부산에서 제10차 아시아-오세아니아에스페란토대회가 열리는 11월에 이 작품이 독자 여러분의 손에 가게 되어 한국어본 역자로서 기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의 번역 작업에는 그렇게 공샤오펑(Arko) 교수님, 장웨이 선생님과 중국채팅방에서의 중국 에스페란티스토와의 교류가 들어 있습니다. 에스페란토를 기반으로 한 문학작품의 번역은 협력의 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중국어 역자이신 장웨이 선생님이 이 대회 행사에 맞춰 오신다니, <중국어판>과 <국어판> 번역본을 들고 함께 사진을 찍을 기회가 기대됩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작품을 통해 많은 성취와 독서 즐거움을 누리기를 기원합니다.
끝으로 흔쾌히 이 번역본들을 출간해 주신 진달래출판사 오태영 대표님께 고마움의 인사도 남기고 싶습니다. 역자의 번역공간을 묵묵히 지켜보는 가족에게도 고마운 마음입니다.
2022년 10월
오색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는 부산 금정산 자락에서
역자 올림
1991년 12월 소련 연방이 해체된 이후 30년이 지난 시점에서 1990년대 소련 사회, 사회주의의 허상을 이해하는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자유로운 문체로, 뭐든 에스페란토로 표현가능함을 보여주는 브론슈테인의 작품은 읽기 쉬워도, 읽고 나면 깊은 성찰을 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 번역본이 그동안 선배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이루어 온 업적에 후배들이 동참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 독자 개개인이 에스페란토 실력을 높여, 우리가 지향해야 할 평화로운 사회, 국제사회에서 함께 추구해야 할 목표들을 함께 이루어 나가는데 좋은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그렇지만, 이 책에 간혹 나올지도 모를 오자나 탈자나 오역은 모두 역자의 몫이니, 지도자는 이 책으로 가르칠 때 고쳐 주시고, 학습자는 사전 등을 활용해 정확히 그 문맥을 이해하길 바랍니다.
2022년 3월
역자
전쟁에 휩싸인 우크라이나 친구들을 생각하며,
2022년 2월 27일입니다.
지난 24일 오전 5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뉴스를 듣고서, 과연 역사의 수레바퀴가 다시 옛 소련 시대로의 회귀를 위한 시동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19세기부터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염원해온 우크라이나, 1991년 12월 구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독립국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 국민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애독자 여러분이 들고 있는 이 작품은 우크라이나의 30대 젊은 작가 크리스티나 코즈로브스카(Ĥristina Kozlovska)의 작품입니다. 작가는 동화나 소설을 통해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려견과 반려묘 이야기, 두더지, 검댕이, 도마뱀을 통해 인간 사회의 어둠과 밝음, 어리석음을 알려주고, 비평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려견 브리오슈>, <반려 고양이 플로로>와 <은행원>은 번역하는 내내 작가의 사회를 보는 따뜻하고 사려 깊은 시각을 다시 확인하며, 즐겁게 때로는 안타깝게 읽어 나갔습니다.
한국어 역자나 이 책의 출판자의 의도는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의 문학적 관심과 어학 실력을 향상하는 교재로 이를 이용할 수 있었으면 하고, 나아가, 작가의 문학적 관점이 한국독자들의 관심과 맞는지도 한 번 살펴봐 주실 것을 권합니다.
이 책의 발간을 위해 애를 쓰시는 진달래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늘 에스페란토 번역을 응원하는 가족에게도 고마움의 인사를 드립니다.
혹시 저자나 번역자에게 이 작품집을 애독하시고, 감상문을 보내주실 분은 으로 보내주시면 제가 감사히 읽겠습니다. 또 저자에게도 독자 의견을 보내드리고자 합니다.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다시 찾아오기를 기원하면서, 옮긴 이의 글을 마칩니다.
2022. 02. 27.
부산 금정산 자락에서 평화의 봄을 기다리며,
역자 올림
사랑이란 무엇일까 또 언어가 서로 다른 이민족 간의 사랑이란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헝가리 사회의 러브스토리를 애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작가 이스트반 네메레는 사건의 실마리를 개척해 나가는 능력은 아주 능수능란합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능력은 비일상적이고도 아주 효과적입니다. 이스트반 네메레 작가는 우리에게 공산체제를 벗어난 헝가리 사회와 인식을 여기에 건축가 베르나트와 집시 여인 카타의 사랑을 통해 보여줍니다. 헝가리 문학이나 사회에 또 에스페란토 문학에 관심을 가진 분들을 위해 또 국내에 활동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외국인들을 이해하려는 애독자들을 위해 이 작품을 소개하고 번역 출간해보았습니다.
제가 이 작품을 처음 듣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 중국 에스페란토 번역가인 리스쥔(Li Shijun: Laŭlum) 선생님과의 만남에서였을 겁니다.
아마 『가을 속의 봄』(Julio Bahgy 지음, 에스페란토 원작)과 『봄 속의 가을』(중국 작가 바진(巴金) 지음, 리시쥔 에스페란토 옮김)을 번역 *역주: 이 두 작품은 한 권으로 묶어, 2007년 갈무리출판사에서 출간됨.
하며 당시 리스쥔 선생님을 뵐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분이 추천한 에스페란토 원작 두 작품 중 한 권이 바로 이 『밤은 천천히 흐른다』였습니다. 그런 만남과 추천이 계기가 되어 번역으로 이어졌습니다.
헝가리 작가 이스트반 네메레는 고등학교 때 에스페란토를 배워, 2019년 말 현재 726권의 저서를 발간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발간한 작가라 할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헝가리어로 발간되고, 소설, 역사, 공상과학, 아동을 위한 작품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스페란토 원작품도 19개나 들어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 독서계에 소개하는 『밤은 천천히 흐른다』와 『메타 스텔라에서 테라를 찾아 항해하다(원제: TERRA)』는 작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에스페란토 작품이라고 그의 잡지 인터뷰(https://sezonoj.ru/2020/01/nemere)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밤은 천천히 흐른다』는 작가 작품 중 셋째로 한국에 소개됩니다.
첫 작품은 『DGSE(프랑스 비밀첩보국)』(박미홍 옮김, 파랑새열쇠, 2002년, 대구, 276페이지)입니다. 이 책의 에스페란토 제목은『Vivi estas Danĝere』(1988)입니다. 1959년 알제리 반란을 다룬 작품입니다.
둘째 작품 『TERRA』는 이보다 한 해 앞서 발간된 우주 공상 과학 소설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주목할 작품이 있습니다.
에스페란토 사용자이면서도 작가인 분들이 자신의 삶을 배경으로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을 펴냈습니다.
한반도를 배경으로 민족과 국적이 다른 두 주인공이 한반도의 해방공간과 6.25 사변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의 사랑을 지켜가는 작품 『아름다운 인연』(장충식, 윤진, 2019년)과, 1980년대 한국인과 재일교포의 첫사랑을 그린 『첫사랑의 추억』(Bunsun kaj Aiko)(조성호, 좋은 땅/한국에스페란토협회, 2020년)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본어로도 출간된 『아름다운 인연』의 작가 장충식 박사님은 단국대 총장으로 재직 중 1980년대 한국에스페란토 협회 회장을 역임하시면서, 단국대학교에 제2외국어로서 에스페란토 교과목을 도입하고, 에스페란토 연구소도 설립해 에스페란토 운동에 크게 이바지하신 분입니다.
작품 『아름다운 인연』을 통해 작가는 독립운동가의 아들과 일본인 장교 부인의 완전한 사랑을 다뤘습니다.
“해방 후의 혼란과 정부수립, 동족상잔의 전쟁이란 격동의 비극적 현대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그들의 러브스토리는 진실한 사랑은 불가능을 뛰어넘는다는 교훈을 확인시켜 준다. 나아가 순수한 사랑과 따뜻한 인간애는 독자에게 인간의 근본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것은 바로 인간 본성에 대한 긍정이다. 절제된 문장은 헤밍웨이의 하드보일드 문체(hard-boiled style)를 연상시킨다. 무엇보다도 이 진하고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는 시종 저자의 용서와 화해의 철학과 경륜이 관통하고 있다.” (한국 링컨연구소장 김재일 님의 서평에서)
에스페란토로도 발간된『첫사랑의 추억』(Bunsun kaj Aiko)은 재일교포로서 한국을 방문한 여학생이 첫 ’홈스테이’한 곳의 대학생과의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재일교포 사회,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못하던 시절 청춘의 첫사랑을 작가는 다루고 있습니다.
인하대학교 교수로 퇴임한 작가 조성호 박사님은 에스페란토 교재도 발간하고, 춘향전 등을 에스페란토로 번역하시기도 했습니다.
“길고 먼 여행을 하였습니다. 이제 그만 여기서 멈추려 합니다.”(본문 중에서)
한편의 러브스토리를 읽음은 우리 독자들이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게 애독자 여러분이 가진 독서의 힘이자 거울이자 간접 체험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역자의 번역 작업을 옆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지원하는 가족에게 역자가 고마움을 전하는 말을 빠뜨린다면, 봄이 왔는데도 역자가 꽃 피는 봄을 보지 못함과 같습니다. 제 번역 작업을 기꺼이 책으로 출간해 주시는 진달래출판사 오태영 대표님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애독자 여러분이 동유럽의 러브스토리를 즐거이 읽는 모습을 상상하며, 글을 마칩니다.
2022년 4월 부산에서
모란이 피면 모란으로, 동백이 피면 넌 다시 동백으로
나에게 찾아와 꿈을 주고 너는 또 어디로 가버리나.
인연이란 끈을 놓고 보내긴 싫었다.
향기마저 떠나보내고 바람에 날리는 저 꽃잎 속에
내 사랑도 진다.
아아 모란이, 아아 동백이 계절을 바꾸어 다시 피면,
아아 세월이 휭 또 가도 내 안에 그대는 영원하리.
– <상사화 >(김병걸 작사, 김동찬 작곡, 린 노래) 중에서
2024년 새해 들어, 폴란드 작가 E. 오제슈코바와 B. 프루스의 여러 단편 작품을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B. 프루스의 단편소설 2편을 한데 묶은『비전 La vizio & 정장 조끼 La veŝto』를 소개합니다.
E. 오제슈코바의 작품들은 -장편소설 『마르타 Marta』를 비롯한 단편소설 『중단된 멜로디 La Interrompita Kanto』,『선한 부인 Bona Sinjorino & 전설 Legendo』『아보쪼 A…B…C…』- 19세기 후반의 근대 폴란드 여성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여주인공의 계몽적 서사를 통해, 당시 귀족 중심의 사회에서 평민 계급의 각성이, 그 평민을 위한 교육이 나라를 되찾고 건강한 가정을 일구는 구심점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중에 사회의 계몽 및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려는 그 문학가의 의지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나라의, 같은 시대의 작가인 B. 프루스를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는 모두 폴란드의 탁월한 에스페란티스토- 번역가들의 활약 덕분입니다. 폴란드의 탁월한 산문작가 B. 프루스의 작품을 대하면서, 그 작품을 읽을수록 그 작가의 문체와 내용에 호감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에스페란토 창안자 L. L. 자멘호프의 딸이자 탁월한 번역가 리디아 자멘호프 Lidia Zamenhof를 통해 B. 프루스를 독자 여러분과 함께 만나게 됩니다.
역자인 제 생각에는 단편소설 중『비전 La vizio & 정장 조끼 La veŝto』를 먼저 소개하고, 이어, 『어린 시절의 죄 Pekoj de Infaneco』(Antoni Grabowski 번역)을 소개해 볼 계획입니다.
B. 프루스 작품은 국내에는 장편소설『인형』(상/하권, 을유문화사, 2016)이 먼저라고 알고 있습니다.
당시 폴란드 독서계에서는 사실주의 산문작가 B. 프루스의 작품이 서점가에 나오면, 너나 할 것 없이 이 작품을 구해 읽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고 합니다. 만일 그런 기회를 놓친 사람들은 이미 구입한 독서인을 찾아내, 그 작품을 빌려서라도 읽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줄로 생각했다고 하니, 오늘날 생각하면 상당한 팬들이 늘 이 산문작가의 글을 관심을 갖고 즐겨 읽었나 봅니다.
『비전 La vizio & 정장 조끼 La veŝto』에서는 작가가 『비전 La vizio』을 통해 천주교(기독교) 신앙과 도덕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볼 수 있고, 『정장 조끼 La veŝto』에서는 청춘 부부의 애틋한 사랑을 한 폭의 화폭에 담듯이 그리고 있습니다.
혹시 이 작품의 독후감을 보내시려는 독자가 있다면, 역자 이메일(suflora@daum.net)로 보내주시면, 기꺼이 읽겠습니다.
역자의 번역 작업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가족에게 감사하며, E. 프루스 작가의 다른 단편 작품 『어린 시절의 죄 Pekoj de Infaneco』도 연이어 소개하는 진달래출판사에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2024년 3월 10일.
동백꽃이 피고 지는 쇠미산 자락에서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길어진 한숨이 이슬에 맺혀서
찬바람 미워서 꽃 속에 숨었네....
-가수 김상희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중에서-
2024년 추석 뒷날 아침, 마을 뒷동산을 올랐습니다. 평소 걷던 산책길에서 어느 벤치에서 쉬어가기도 하고, 체육 공원 같은 곳에서 이것저것 운동기구들을 만져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길목에서 발 앞에 보이는 도토리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무더위가 사그라지지 않은 추석이지만, 시절은 그래도 가을로 가는 입구에 서 있나 봅니다.
도토리 중 새파란 것 하나를 손에 집어 들고, 사진도 찍어 보았습니다.
그때 제 머리 위로 도토리 하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래서 저는 내 머리를 때린 상수리나무가 어떤 모습인지 올려다보았습니다. 아직 푸른 잎들이 풍성한 가지들이 달린 상수리나무 한 그루가 4 내지 5미터 높이로 굳건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 나무 저위로 아직도 무더위를 쏟아내는 파란 하늘이 드높이 보였습니다.
나는 어제까지 번역해 갈무리해놓은 작품 『빈곤의 밑바닥』에 대한 ‘역자 후기’를 쓰고 싶은 마음에 집을 향해 서둘러 내려와,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습니다.
지난봄부터, 인터넷에서 구한 폴란드 작가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Waclaw Sieroszewski,1859-1945)의 작품 『빈곤의 밑바닥』(Dno n?dzy)(1900)의 에스페란토 번역본 『La Fundo de l’Mizero』를 우리글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작가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는 폴란드인으로서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 일본, 몽고, 야쿠트(사하공화국) 등 동양의 여러 나라를 소재로 수많은 작품을 쓴 폴란드 작가이자 민속학자이자 독립투사이자 정치인이었습니다.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가 폴란드에서 작품 활동을 하게 된 계기에는 『마르타』(Marta)의 작가 엘리자 오제슈코바의 적극적인 권유와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폴란드 원작 『빈곤의 밑바닥』은 폴란드 번역가 카지미에시 베인(Kabe)이 에스페란토로 번역한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카지미에시 베인은 이후 엘리자 오제슈코바의 단편작품들- 『중단된 멜로디』, 『선한 부인』, 『전설』-을 번역해 냄으로써 에스페란토 문학에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작품 『빈곤의 밑바닥』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줍니다.
‘코로나 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이 온 세상을 강타해, 우리는 2020년대 초반을 그 두려움 속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그 전염병으로 인해 국내외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역자인 나는 그동안 번역해 둔 작품들을 진달래 출판사를 통해 소개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에스페란토 번역가들의 관심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카지미에시 베인의 단편 번역작들을 챙겨 읽게 되었습니다.
『빈곤의 밑바닥』을 쓴 폴란드 작가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가 1903년 동양탐험여행에 참가하면서, 일본, 몽고, 중국, 한국을 방문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당시 일본 선편으로 부산에 도착한 후 신포까지 배로 가서, 다시 원산을 거쳐 말을 타고 서울에 들러 약 두 달간 여행을 했다고 합니다. 그 방문을 통해 광범위한 기행문 형식의 한국 보고서인 『한국, 극동의 열쇠』(1905년)를 러시아어와 폴란드어로 출간했는데, 이 작품은 당시 한국 사회를 속속들이 소개해 놓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100년이 지나 서울에서 『코레야 1903년 가을: 러시아 학자 세로셰프스키의 대한제국 견문록』(김진영 외 옮김. 서울: 개마고원, 2006)으로 우리말로 소개되었습니다. 역자인 나도 이 작품을 한글로 읽게 되었는데, 그 작품 속에는 당시 한국을 방문하면서 찍은 사진 자료들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1906년 폴란드어로 출간된 『기생 월선이』 -대나무는 스스로 자신의 잎을 떨군다-(1906년 폴란드어로 출간, 양정숙 옮김, 도서출판 남지, 서울, 1995년 재판)도 한글로 번역되어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의 한국어판 서문에 1990-1994년 주한 폴란드대사를 지낸 엥졔이 끄라꼬프스끼가 서문에 쓴 한 구절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의 한국에 대한 열정의 원천은 뚜렷합니다. 그는 단지 작가였던 것만이 아니고 폴란드 독립을 위해 활발히 투쟁한 투사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활동으로 인해 그는 수차례에 걸쳐 감옥에 갇혔으며 폴란드를 지배한 러시아 정부에 의해 시베리아로 유배당했습니다. 날카로운 관찰자로서 그가 한국을 방문할 당시 한국은 오래된 훌륭한 문화와 오랜 전통을 가진 나라로서 외국세력에 의해 자주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불의를 참지 못하고 압박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인 그는 한국인들의 편에 자신의 사랑을 보냈습니다.”
민속학자이기도 한 작가는 한국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그렇게 자신의 작품으로 남겨 놓았습니다.
다시 우리 작품 『빈곤의 밑바닥』으로 가 볼까요?
폴란드 독립을 위해 싸우다가 투옥된 작가는 재판을 받고 시베리아로 10여 년 유배를 당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곳 시베리아 원시림 타이가 지역의 야쿠트족 사람들의 생활상과 민속 등을 또한 속속들이 체험하게 되고, 야쿠트족 여인과 결혼도 하게 됩니다. 그런 경험이 이 『빈곤의 밑바닥』 작품 속에도 들어 있지 않을까요?
이 작품의 소재인 한센병에 대해서 번역자인 필자도 한센병에 대한 지식이 없던 어린 시절에는 마을 사람들이나, 또 급우들이 전하는 말에 따라, 그 병자들을 길에서 만나게 될까 봐, -물론 한 번도 직접 대면하지는 않았지만, 무서움의 대상이었습니다. 한적한 시골 신작로에서 소년이 혼자 길을 걸으면 근처 보리밭이나 밀밭에서 그 환자가 곧장 내 앞에 나타날 것만 같은 무서움 말입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병 중 하나인 한센병은, 1873년 노르웨이의 한센(Hansen, 1841~1912)에 의해 이 병을 일으키는 나균(Mycobacterium leprae)이 최초로 발견되었습니다. 한센병은 나균에 의한 만성감염병이지만 나균에 대한 면역기능이 아주 약한 경우에만 발생되고, 조기에 진단하여 조기치료를 시작하면 후유증이 거의 없이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부산에 이사 온 뒤로는, 부산 시내에도 그런 환자들을 위한 수용시설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독자들은 한센병 환자들이 살아온 소록도 이야기를 한두 번은 들었을 겁니다.
한센병은 잘 관리하고 치료를 받으면 그 아픔을 이겨나갈 수 있음을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00여 년 전에는 나라마다 이 병 환자들에게는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정책을 써 왔습니다.
이 작품『빈곤의 밑바닥』에서도 그 병으로 인한 고통이 적나라하게 나타나 있어, 그 참담함이 다시 한번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도 이 작품은 한센병 환자들이 그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희망으로 한 번 읽고,
좌절 속에서도 한 번 읽고
눈물로도 한 번 읽을 수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번역을 격려해 주시는 박연수 박사님과 최성대 교수님께도,
번역 공간을 묵묵히 지켜보는 가족에게도 고마움을 남깁니다.
2024년 9월 추석을 뒤로하고
지난 4년간 온 세상을 뒤집어놓은
‘코로나 19’ 전염병을 돌아보며
애독자 여러분, 저는 지난 11월 4일 오늘 저녁 6시 30분경에 카톡 영상 통화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그나라 시각: 오전 10시 30분경)에 거주하는 작가 스포멘카 슈티메치 여사와 통화를 즐겁게 했습니다.
이 통화는 당일 작가의 작품 『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Kroata Milita Noktlibro) 한국어판을 전달식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웨스틴 자그레브 호텔에서 열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 19’의 특수 상황에서 작가는 마스크를 쓰고 건강한 모습으로 “Ĉio en ordo!(모든 일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라며 저의 걱정을 들어 주었습니다.
왜 제가 저자와 영상통화를 하였는지, 그 사연이 궁금하시죠? 그 일은 이런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습니다. 역자는 그 사연 전개가 정말 흥미로워 독자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즐겁고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누면 애독자인 여러분과 옮긴이인 제게도 힘이 되고, 격려가 되니까요.
지난 10월 18일 『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을 진달래 출판사가 발간한 뒤, 일주일 뒤에 그 책이 역자인 제게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애독자 동서대학교 박연수 교수(한국수입협회 부회장)를 찾아가, 주문한 책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11월 첫주에 한국수입협회 회장단이 자그레브를 업무차 방문한다며, 그이 자신도 협회 부회장으로 이 행사에 함께 간다고 했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그럼, 가는 길에 『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을 저자에게 좀 전달해 달라고 말했더니, 박교수는 즉각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 주었습니다.
그런 이면에는 조 더 깊숙한 이야기가 깔려 있습니다. 박연수 교수는 학창시절인 1984년 초 부산경남지부의 에스페란토 초급강습회(경성대학교, 10여 명 수료, 지도 장정렬)에 와서 에스페란토를 배웠습니다. 당시 함께 배운 이들 중에는 나중에 시인이 된 김철식, 거제대학교 초빙교수 최성대, 교사 정명희, 건축업자가 된 강상보씨 등이 청년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 강습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단체 ‘Rondo Steleto’를 구성하고, 회보 를 수차례 발간하였습니다.
약 20여 년 뒤, 그 수료생 중 김철식 시인을 통해,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한국 근대문학 중 특히 KAPF 문학 연구가이자 한국문학 평론가인 김윤식 선생님을 뵙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1925~35년에 활동했던 진보적 문학예술 운동단체인 카프(KAPF : Korea Artista Proleta Federatio)라는 명칭은 에스페란토에서 따온 것입니다.
2008년 1월 25일 금요일 오후 2시 당시 김 선생님은 저희 에스페란티스토 일행을 자신의 서재로 초대하셨습니다. 우리 취재팀이 선생님의 서재를 방문하니, 당시 선생님은 안서 김억 선생 등이 1920년 7월 25일 창간한 동인지 <폐허(Ruino)>의 표지에 실린 시인 김억의 에스페란토 시‘La Ruino’를 암송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Jam spiras aŭtuno
Per sia malvarmo kruela;
Malgaje malbrile rigardas la suno
Kaj ploras pluvanta ĉielo......
Kaj ĉiam minace
Alrampas grizegaj la nuboj;
De pensoj malgajaj estas mi laca.
Penetras animon duboj...”
한국 근대와 현대 문학 평론을 펼치시던 김윤식 선생님의 열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에스페란토 연구자인 저로서는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당시 김윤식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제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또 다른 수료생이었던 최성대 교수는 오늘날도 에스페란토 서적을 꾸준히 읽는 애독자이며 여전히 부산 동래에서 역자와 교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약 37년의 세월이 흘러도, 그 수료생들은 부산에서 각자의 재능과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 생각만 해도 반가운 얼굴들!
그렇게 박연수 교수도 부산에서 에스페란토 안팎의 일로 친구처럼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은 박연수 교수의 민간 외교용 여행 가방에 1kg 정도의 책 무게를 더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역자인 저로서는 고마울 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저자인 스포멘카 여사에게 이메일로 『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을 인편으로 자그레브에 전달하겠다고 하니, 저자는 깜짝 놀라며, 반가워했습니다. 그렇게 이메일을 주고받았습니다.
저자 스포멘카 슈티메치 여사는『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저자 스포멘카 여사는 즉시 자그레브 라디오 방송국에 연락해, 한국어판이 나왔다고‘저자 인터뷰’(11월2일,
https://glashrvatske.hrt.hr/hr/multimedia/gost-glasa-hrvatske/gost-glasa-hrvatske-spomenka-stimec-3353588)시간을 통해 자그레브 시민들에게 그 소식을 알렸습니다. 그 방송을 통해 옮긴 이의 이름이 들리니, 저 또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감동에도 불구하고, 인편으로 간 『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이 제대로 잘 전달될지 궁금하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현지 상황이나 박 교수가 머무는 웨스틴 자그레브 호텔 상황이나, 한국수입협회 일정도 ‘코로나 19’라는 특수 상황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다행히 박교수 일행은 11월 2일 폴란드를 경유해 자그레브에 안착했다고, 또 저자와 통화도 했다고 카톡으로 알려 왔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우리 독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보편적인 활용도구가 된 ‘카톡’은 저 멀리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와도 아무 어려움 없이 무료로 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대화 상대방이 카톡 프로그램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장착하기만 하면, 손쉽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스페란토를 활용하는 독자 여러분도 외국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무슨 일이든 바쁨 속에서 이뤄지나 봅니다.
한국수입협회 일행의 일정 속에 가장 바쁜 날이 11월 4일 목요일이었습니다. 전달식이 열리는 오전 10시 30분이 될 때까지, 카톡과 이메일 등을 통해 전달식의 행사 순서를 정하고, 이를 에스페란토-국어로 순차 배치하여, 원활한 소통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저자와 역자는 참석자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양국의 대표단이 인사하게 하고, 다음의 일정을 마련햇습니다. 인터넷으로. -우리나라 6.25와 1991년 크로아티아 내전 희생자를 위한 묵념, 책을 들고 간 애독자인 박교수님의 소감, 저자 스포멘카 슈티메치의 인사말, 저자의 요청 2가지(한국어판 책자 중 <부코바르의 레네> 라는 곳을 한국어로 읽어 달라는 저자의 요청, 인삼차를 준비해 달라는 요청). 도서 전달식, 이 책에 실린 에스페란티스토 가족의 참석 등이 일정표에 정해졌고, 당일 정해진 시각에 자그레브 하늘 아래서『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 전달식이 이뤄졌고, 그 나라에서 한국어로 책의 특정 페이지를 읽는 기회는 한국수입협회 김헬렌 통상진흥위원장님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한국어가 자그레브 하늘에 낭독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제게는 즐겁습니다. 민간 외교와 문화 교류의 장이 성립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인편으로 전달이 좀더 일찍 알려졌더라면, 크로아티아 문화부나 대사관에 알려 더 큰 행사로 홍보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는 일종의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 같은 풍경입니다. 간단히 말해 ‘번개팅’이 국제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애독자 여러분을 위해 아래 사진을 한 장 싣습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저자와 저자 주변의 에스페란티스토 회원이자 애독자들의 모습과 자그레브 문화와 에스페란토의 힘을 볼 수 있고, 마찬가지로 한국수입협회 임원단의 배려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지은 저자나 옮긴 저로서는 벅찬 감동의 순간이었을 겁니다. 이 책이 출간되고서 30년만에 한국어판이 발간되었으니까요.
이제 이 작품 <틸라> 일대기를 한 번 소개하고자 합니다.
틸라 두리에우스.
파란만장한 연극배우의 삶이기에, 더욱 애독자 여러분의 눈길이 오래 동안 머물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틸라>를 통해 자신의 직업 –연극 공연 배우- 에 평생 종사하면서, 그 주인공의 삶을 진지하게 찾아가며, 그려 놓고 있습니다. 세계 1차, 2차 대전을 직접 겪으면서 우리 주인공은 어떻게 삶의 길을 개척하고, 선택하고 집중하였는지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문화를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고, 이방인을 포용하는 자그레브 시민들의 문화의 열정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 출간을 준비하면서 지난 10년간 지인으로 있던 연극배우 박창화 선생님의 <추천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박창화 선생님은 윤동주 선양회 회원으로 함께 활동할 때도 열심히 자신의 재능을 발휘해, 여러 차례 시인 윤동주를 무대에 올린 분입니다. 요즘도 여전히 연극 공간에서 연극애호가들을 만나는 일을 해 오고 있습니다. 부산 연극의 지킴이 역을 자임하고서, 박창화 선생님은 (사) 한국연극배우협회 부산광역시지회 회장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에스페란토 이야기도 연극 무대에 올려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에스페란토에서 문학은 농부의 일하는 들판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들판 주변에는 산도 있고, 강도 있고 바다도 보일 것입니다. 그 들판에는 곡식이 자라는 것은 물론이고, 농부의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도 있고, 등을 굽힌 채 자신의 논과 밭을 일구는 손길도 있습니다. 꽃도 피고, 새가 날고, 6월에 나비가 논밭에서 농부의 눈길을 잠시 쉬어 가게 할지도 모릅니다.
에스페란티스토 작가들은 자신의 모어가 아닌, 자신이 자각적으로 선택하여 배우고 익힌 에스페란토라는 언어도구로 세상을 기록하고, 자신의 꿈을 말하고, 자신의 시대를 그리고, 고민하고, 절망하고, 고마워하고, 또 고발하며 글쓰기 작업을 합니다.
에스페란토라는 씨앗을 나무로, 풀로, 시냇물로, 강으로, 바다로, 산으로, 들로, 저 하늘로 펼쳐 보내는 작가의 손길을 따라가다 보면, 실로 산천초목의 초록이 푸르름이, 온갖 색상들이 언어로 재탄생되어, 독자에게는 편지처럼 읽히고, 사진처럼 찍히고, 동영상처럼 내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고, 지향하는 바를 알고, 동감과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부산에서 활동하시는 아동문학가 선용 선생님, 화가 허성 선생님, 중국에 계시는 박기완 선생님, 세 분 선생님께 저의 번역작업을 성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한국에스페란토협회 부산지부 동료 여러분들의 성원에도 감사드립니다.
늘 묵묵히 번역 일을 옆에서 지켜보시는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여러분께도 고마운 마음을 글로 남겨 봅니다.
이육사의 시 “청포도”의 한 구절로 저의 옮긴이의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흠뻑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내가 바라는 손님’은 에스페란토 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 여러분입니다. 여러분도 이 청포도 같은 에스페란토 작품들을 통해 즐거운 문학의 향기를 느끼시길 기대합니다.
애독자 여러분, 저는 지난 11월 4일 오늘 저녁 6시 30분경에 카톡 영상 통화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해당 나라 시각: 오전 10시 30분경)은 에 있는 작가 스포멘카 슈티메치 여사와 통화를 즐겁게 했습니다.
이 통화는 당일 작가의 작품 『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Kroata Milita Noktlibro) 한국어판을 전달식을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웨스틴 자그레브 호텔에서 열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코로나 19’의 특수 상황에서 작가는 마스크를 쓰고 건강한 모습으로 “?io en ordo!(모든 일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라며 저의 걱정을 들어 주었습니다.
왜 제가 저자와 영상통화를 하였는지, 그 사연이 궁금하시죠? 그 일은 이런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습니다. 역자는 그 사연 전개가 정말 흥미로워 독자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즐겁고 기쁜 소식을 함께 나누면 애독자인 여러분과 옮긴이인 제게도 힘이 되고, 격려가 되니까요.
지난 10월 18일 『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을 진달래 출판사가 발간한 뒤, 일주일 뒤에 그 책이 역자인 제게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애독자 동서대학교 박연수 교수(한국수입협회 부회장)를 찾아가, 주문한 책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11월 첫주에 한국수입협회 회장단이 자그레브를 업무차 방문한다며, 그이 자신도 협회 부회장으로 이 행사에 함께 간다고 했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그럼, 가는 길에 『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을 저자에게 좀 전달해 달라고 말했더니, 박교수는 즉각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 주었습니다.
그런 이면에는 조금 더 깊숙한 이야기가 깔렸습니다. 박연수 교수는 학창시절인 1984년 초 부산경남지부의 에스페란토 초급강습회(경성대학교, 10여 명 수료, 지도 장정렬)에 와서 에스페란토를 배웠습니다. 당시 함께 배운 이들 중에는 나중에 시인이 된 김철식, 거제대학교 초빙교수 최성대, 교사 정명희, 건축업자가 된 강상보씨 등이 청년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 강습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Rondo Steleto를 구성하고, 회보 <Steleto>를 수차례 발간하였습니다.
그 수료생 중 김철식 시인을 통해, 약 20여 년 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였던, KAFT 문학 연구가이자 한국문학 평론가인 김윤식 선생님을 뵙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당시 김 선생님은 저희 에스페란티스토 일행을 자신의 서재에 초대하셨습니다. 당시 선생님은 안서 김억 선생 등이 1920년 7월 25일 창간한 동인지 <폐허(Ruino)>의 표지에 실린 시인 김억의 에스페란토 시‘La Ruino’를 암송하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Jam spiras a?tuno
Per sia malvarmo kruela;
Malgaje malbrile rigardas la suno
Kaj ploras pluvanta ?ielo......
Kaj ?iam minace
Alrampas grizegaj la nuboj;
De pensoj malgajaj estas mi laca.
Penetras animon duboj...”
한국 근대와 현대 문학 평론을 펼치시던 김윤식 선생님의 열정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에스페란토 연구자인 저로서는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되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당시 김윤식 선생님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제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또 다른 수료생이었던 최성대 교수는 오늘날도 에스페란토 서적을 꾸준히 읽는 애독자이며 여전히 부산 동래에서 역자와 교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약 37년의 세월이 흘러도, 그 수료생들은 부산에서 각자의 재능과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 생각만 해도 반가운 얼굴들!
그렇게 박연수 교수도 부산에서 에스페란토 안팎의 일로 친구처럼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은 박연수 교수의 민간 외교용 여행 가방에 1kg 정도의 책 무게를 더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역자인 저로서는 고마울 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저자인 스포멘카 여사에게 이메일로 『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을 인편으로 자그레브에 전달하겠다고 하니, 저자는 깜짝 놀라며, 반가워했습니다. 그렇게 이메일을 주고받았습니다.
저자 스포멘카 슈티메치 여사는『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저자 스포멘카 여사는 즉시 자그레브 라디오 방송국에 연락해, 한국어판이 나왔다고‘저자 인터뷰’(11월2일,
https://glashrvatske.hrt.hr/hr/multimedia/gost-glasa-hrvatske/gost-glasa-hrvatske-spomenka-stimec-3353588)를 통해 자그레브 시민들에게 그 소식을 알렸습니다. 그 방송을 통해 옮긴 이의 이름이 들리니, 저 또한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감동에도 불구하고, 인편으로 간 『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이 제대로 잘 전달될지 궁금하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현지 상황이나 박 교수가 머무는 웨스틴 자그레브 호텔 상황이나, 한국수입협회 일정도 ‘코로나 19’라는 특수 상황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다행히 박교수 일행은 11월 2일 폴란드를 경유해 자그레브에 안착했다고, 또 저자와 통화도 했다고 카톡으로 알려 왔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우리 독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보편적인 활용도구가 된 ‘카톡’은 저 멀리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와도 아무 어려움 없이 무료로 소통을 가능하게 해 주었습니다. 대화 상대방이 카톡 프로그램을 자신의 스마트폰에 장착하기만 하면, 손쉽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스페란토를 활용하는 독자 여러분도 외국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한번 시도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무슨 일이든 바쁨 속에서 이뤄지나 봅니다. 한국수입협회 일행의 일정 속에 가장 바쁜 날이 11월 4일 목요일이었습니다. 전달식이 열리는 오전 10시 30분이 될 때까지, 카톡과 이메일 등을 통해 전달식의 행사 순서를 정하고, 이를 에스페란토-국어로 순차 배치하여, 원활한 소통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저자와 역자는 참석자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양국의 대표단이 인사하게 하고, 우리 나라 6.25와 1991년 크로아티아 내전의 희생자를 위한 묵념, 책을 들고 간 애독자인 박교수님의 소감, 저자 스포멘카 슈티메치의 인사말, 저자의 요청 2가지: 1. 한국어판 책자 중 <부코바르의 레네> 라는 곳을 한국어로 읽어 달라는 저자의 요청, 2. 인삼차를 준비해 달라는 요청. 도서 전달식, 이 책에 실린 에스페란티스토 가족의 참석 등이 일정표에 정해졌고, 당일 정해진 시각에 자그레브 하늘 아래서『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 전달식이 이뤄졌고, 그 나라에서 한국어로 책의 특정 페이지를 읽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민간 외교와 문화 교류의 장이 성립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인편으로 전달이 좀더 일찍 알려졌더라면, 크로아티아 문화부나 대사관에 알려 더 큰 행사로 홍보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는 일종의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 같은 풍경입니다. 간단히 말해 ‘번개팅’이 국제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애독자 여러분을 위해 아래 사진을 한 장 싣습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은 저자와 저자 주변의 에스페란티스토 회원이자 애독자들의 모습과 자그레브 문화와 에스페란토의 힘을 볼 수 있고, 마찬가지로 한국수입협회 임원단의 배려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은 11월 4일 자그레브에서의 『크로아티아 전쟁체험기』한국어판 전달식(사진 중간에 가방을 맨 이가 저자 스포멘카 슈티메치, 맨 오른편이 애독자 박연수 교수)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지은 저자나 옮긴이인 저로서는 벅찬 감동의 순간이었을 겁니다.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30년만에 한국어판이 발간되었으니까요.
이제 이 작품 『상징주의 화가 호들러의 삶을 뒤쫓아』는 화가 호들러의 일대기와 그분 작품이 어떻게 당시 유고슬라비아로 흘러가게 되었는지를 한 번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두 분의 위대한 삶이 여성 모델을 통해 표현되어 있습니다.
스위스 상징주의를 대표하는 유명 화가 페르디난드 호들러, 또 세계 에스페란토협회를 창설해 제1차 세계대전 중에는 중립국 오스트리아를 매개로 해서 세계대전의 참전국이 서로 적으로 있을 때, 에스페란토가 그 매개 언어가 되어 실종되었거나, 포로로 잡혀 있는 사람들의 안부를 가족에게 전하는 일을 한 그 화가의 아들 헥토르 호들러. 또 화가의 모델 여성으로서 그 화가의 작품을 소장하여, 평생 지니게 되는 쟌 샤를. 이 여성이 세계 제1차, 제2차 대전을 직접 겪으면서 어떻게 삶의 길을 개척하고, 선택하고 집중하였는지, 또 소장 에술품을 어떻게 잘 보관해 왔는지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문화를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고, 이방인을 포용하는 유고슬라비아 국민의 문화의 열정을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에스페란토에서 문학은 농부의 일하는 들판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들판 주변에는 산도 있고, 강도 있고 바다도 보일 것입니다. 그 들판에는 곡식이 자라는 것은 물론이고, 농부의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도 있고, 등을 굽힌 채 자신의 논과 밭을 일구는 손길도 있습니다. 꽃도 피고, 새가 날고, 6월에 나비가 논밭에서 농부의 눈길을 잠시 쉬어 가게 할지도 모릅니다.
에스페란티스토 작가들은 자신의 모어가 아닌, 자신이 자각적으로 선택하여 배우고 익힌 에스페란토라는 언어도구로 세상을 기록하고, 자신의 꿈을 말하고, 자신의 시대를 그리고, 고민하고, 절망하고, 고마워하고, 또 고발하며 글쓰기 작업을 합니다.
에스페란토라는 씨앗을 나무로, 풀로, 시냇물로, 강으로, 바다로, 산으로, 들로, 저 하늘로 펼쳐 보내는 작가의 손길을 따라가다 보면, 실로 산천초목의 초록이 푸르름이, 온갖 색상들이 언어로 재탄생되어, 독자에게는 편지처럼 읽히고, 사진처럼 찍히고, 동영상처럼 내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고, 지향하는 바를 알고, 동감과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부산에서 활동하시는 아동문학가 선용 선생님, 화가 허성 선생님, 중국에 계시는 박기완 선생님, 세 분 선생님께 저의 번역작업을 성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한국에스페란토협회 부산지부 동료 여러분들의 성원에도 감사드립니다.
늘 묵묵히 번역 일을 옆에서 지켜보시는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 여러분께도 고마운 마음을 글로 남겨 봅니다.
이육사의 시 “청포도”의 한 구절로 저의 옮긴이의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흠뻑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내가 바라는 손님’은 에스페란토 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 여러분입니다. 여러분도 이 청포도 같은 에스페란토 작품들을 통해 즐거운 문학의 향기를 느끼시길 기대합니다.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목놓아 울었지.
? 가수 장사익 <찔레꽃 > 중에서
2024년 새해 들어, 폴란드 작가 오제슈코바의 여러 단편 작품을 읽으면서 이 작가의 명작 『선한 부인Bona Sinjorino』를 두 번째로 소개합니다.
이 작가는 늘 폴란드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을 선정해, 이를 작품에 반영하여, 작품을 읽는 이로 하여금 뭔가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남편을 여읜 여인이 자선 활동 중 고아를 데려와, 기르는 과정을 세밀하게 다룬 작품으로, 아동 교육과 탁아, 육아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역자는 맨 처음 오제슈코바의 장편소설『마르타 Marta』(산지니 출판사, 2016년) 라는 작품을 읽으면서, 19세기 후반의 근대 폴란드 여성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 있었는지를 잘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로 역자는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자녀를 둔 여성 독자들의 일상의 관심사도 자주 또 유심히 듣고 있습니다. 그분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우리 사회에서도 여성의 보편적인 기초 교육, 및 직업 인식 및 직업교육의 필요성 및 개인 삶의 접근 방식에 대한 이해와 지혜가 필요함을 자주 듣게 됩니다.
그런 이해의 바탕이 되는 것이 독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카지미에시 베인(Kazimierz Bein)이라는 탁월한 번역가의 『선한 부인 Bona Sinjorino』을 번역을 통해 읽은 원작은 작가 오제슈코바가 1888년 발간한 단편소설집 『Panna Antonina』 속에 실려 있고, 폴란드 문학에서도 고전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날도 폴란드어로 된 원작은 인터넷에서 구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폴란드 독자들이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부록처럼, 카지미에시 베인(Kazimierz Bein)이 번역한, 같은 작가의 아주 짧은 소설 『전설 Legendo』은 작가의 관심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도 가 있음을 볼 수 있는 기회라 생각되어, 함께 묶었습니다.
오제슈코바 작가의 작품은 한국인 독자에게 무슨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요? 독자들은 이 작가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에 뭔가 도움이 되었을까요?
혹시 이 작품의 독후감을 보내시려는 독자가 있다면, 역자 이메일(suflora@daum.net)로 보내주시면, 기꺼이 읽겠습니다.
역자의 번역 작업을 옆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가족에게 감사하며, 오제슈코바 작가의 다른 단편 작품들- 『중단된 멜로디』, 『A...B...C』 -도 연이어 소개하는 진달래출판사에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번역을 끝내고도 역자인 나로서도 여전히 불가해한 인상을 지울 수 없을 만큼 이 시집의 존재는 독특하다. 어렸을 때부터 집 안에 굴러다니던 『세계 명시선』이라는 제목의 시집에는 없던 것들이 잔뜩 들어있기 때문이다. 우선 시인들의 이름이 없다. 따라서 워즈워스, T. S. 엘리엇, 보들레르, 기욤 아폴리네르, 하인리히 하이네, 푸시킨, 네루다, 도연명, 이시카와 다쿠보쿠 따위 이름이 주던 친숙함도 없고, 그런 만큼 약간은 뻔한 상투성이 주던 지겨움도 없다. 대신 이 시집에는 왕성한 활력과 호기심, 무엇보다도 끈끈한 인류애가 풍성하다.
*이 번역 시집 출간까지에는 여러 에스페란티스토의 격려와 성원이 있었습니다. 이분들의 격려가 없었으면, 제 번역이 책의 모습을 갖추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우리 협회 기관지 기고를 위해 초대해 주신 고(故) 이종영 회장님, 김우선 선생님, 조성호 교수님, 에스페란토 번역본 초판을 거들어 주신 부산지부 전 지부장 배종태 님, 뉴질랜드 에스페란티스토 Emin Baro. 또 시 낭송가이자 애독자 조문주 선생님, 이남행(Feliĉa) 님.
이 번역본 출간을 위해 수고하신 진달래출판사 오태영 대표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침묵의 번역 시간을 묵묵히 지켜봐 주신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여기 남깁니다.
2022년 5월 부산 동래 쇠미산 자락에서
역자 장정렬 올림
시인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에스페란토로 완역하고 출간한 데는 국내외 에스페란티스토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교감이 있었습니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집 『님의 침묵』을 번역한 뒤, 다음 번역작업이 이 작품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였습니다. 2003년경이 그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 번역의 첫 나들이는 2006년 10월 한국에스페란토대회 분과 모임 “민족시인 윤동주 동시의 에스페란토 번역”(Esperantigo de la infanpoemoj de poeto Yun Dong-Ĝu)이었습니다.
2007년 1월에는 부산-양평 에스페란티스토들이 ‘문화의 표현- 낭독을 중심으로’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문학의 밤을 열었을 때, 윤동주의 시 ‘서시(序詩)’가 에스페란토로 낭독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윤동주선양회가 여는 문학예술제를 여러 차례 참관해 보았습니다. 또 이종현 전 부산지부 지부장님이 활동하시던 (사)<시를 짓고 듣는 사람들의 모임>에 초대되어, 윤동주의 시 “길”을 에스페란토로 낭송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도서 출판 삼아 안태봉 시인을 만나게 되고, 나중에 윤동주 시집의 에스페란토 초역본(2011)이 그분 출판사에서 발간되었습니다. 초역본 표지에는 에스페란티스토이자 화가인 정병미(Inda) 님의 귀한 작품이 작가의 시풍에 맞게 실려 있습니다.
2007년 9월에는 세계에스페란토작가협회
(Esperantlingva Verkista Asocio(poste Akademio Literatura de Esperanto, http://www.everk.it/)에서 저와 일본 작가 3분(Izumi Yukio, KITAGAWA Hisashi, USUI Hiroyuki)을 작가협회 회원으로 초대해 주었습니다.
이 작품을 읽는 에스페란토 독자들에게는 번역 이전 이후의 즐거움을 엿볼 수 있겠다 싶어 여기에 적어봅니다.
먼저, 윤동주 시인의 작품을 사랑하고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일본 후쿠오카 문학인들이 –윤동주 시인은 1944년 6월부터 1945년 2월 16일까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수감되어 그곳에서 순국함- 제가 에스페란토로 번역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곳 문학인들과 MUTO Tacuko 여사를 비롯한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제 에스페란토판 발간에 후원해 주었습니다. 저는 큐슈에스페란토대회에 역자로 초청을 받아, 윤동주 시인과 시에 대한 번역 소회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또 일본 오사카의 에스페란토 잡지 제722호에 ‘서시(序詩)’와 ‘버선본’의 에스페란토 번역본이 소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도쿄 에스페란티스토 독자인 Take 여사는 자신의 서예전에 윤동주의 시 독후감을 실은 제 시를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또, 중국 산시성(山西省) 태원(太原)시 백양수가(柏揚樹街)초등학교 웨이유빈(魏玉斌)교장 선생님은 자신의 수필집 『柏揚情世界眼』(2022)(아래 사진)에 제가 번역한, 윤동주의 동시 10편을 중국어로 번역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러고 국내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제 졸역은 2011년 출간되자 곧 부산일보(2011년 4월8일) 주: https://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110408000140
에 소개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에스페란토로 첫 출간됐다. 시 119수, 산문 4편이 담긴 116쪽짜리 포켓판 시집이다. 3년에 걸친 치열한 번역 손품으로 완성된 에스페란토 시집은 그러나 국내보다 해외에서 그 진가를 먼저 알아차렸다.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번역 출간 장정렬 거제대 교수
특히 일본 애독자들은 일부러 부산을 찾아와 수 십권을 사갔고 내달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큐슈에스페란토대회에 번역자를 특별강사로 초청했다. 그 화제의 인물은 장정렬(50) 거제대 조선과 초빙교수. 한국에스페란토협회 전 교육이사 겸 부산지부 기관지인 '테라니도' 편집장이기도 하다.
"고맙지요." 그는 특유의 웃음으로 화답했다.
사실 출간도 일본 에스페란티스토(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의 제안에 의해서였다. "번역은 지난 2005년에 일찍 끝났습니다. 하지만 출판을 망설였지요. 비용이 만만찮았거든요."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일본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책을 사줄테니 출판하자고 제안했다. 그가 특강할 후쿠오카는 시인이 일본 경찰의 고문을 받아 순국한 곳이다. 지금도 시인을 추모하고 매달 그의 시를 애송하는 모임이 있다.
"윤동주를 흔히 저항시인으로만 이해하는데 그의 죽음에 따른 각인이 너무 강했던 까닭이 아닌가 싶어요. 오히려 그의 119수 시를 찬찬히 읽으면 20대의 젊은 감수성이 더 돋보입니다."
장 교수의 시 번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3년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에스페란토로 옮겨 책으로 펴냈다. 당시 이를 본 뉴질랜드의 한 에스페란티스토는 "한국인의 사랑 표현에 감탄했다"며 호의를 보내 왔다. 지난 2007년 10월 출간한 김훈의 소설 '언니의 폐경'도 당시 서울에서 열린 세계에스페란토대회에 출품해 전 세계 에스페란티스토들의 심금을 울렸다.
에스페란토를 한글로 바꾼 번역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5월 국내에 출간된 율리오 바기(헝가리 작가)의 소설 '초록의 마음' 등이 그랬다. 중국 근대작가인 바진의 '봄 속의 가을' 한글판은 에스페란토 번역서로는 처음으로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그동안 10여 권 이상의 번역서를 냈지만 인세 수입은 거의 없다. 다른 언어와 달리 수요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번역과 출간을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번역을 끝내고 출간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도 수십 편에 달한다. 크로아티아 동화인 '견습공 흘라피치의 놀라운 모험'과 '침대 아래 이야기들', 헝가리 작가인 이스트반 네메레의 소설 '열정'과 '살모사', 폴란드 오제슈코바의 여성소설 '마르타'가 그런 경우다.
에스페란토에 빠진 지 벌써 30년. "지난 1981년 부산대 기계공학과 1학년 때 처음 배웠습니다." 그는 앞으로 춘향전, 흥부전 등 고전문학을 에스페란토로 옮겨보고 싶다고 했다. 또 부산에 살고 있는 만큼 동래야류와 같은 지역 문화상품도 번역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출판비다. "출판비만 지원받을 수 있다면 번역의 손품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습니다." (백현충 기자 choong@busan.com)
또 이를 계기로 (사)윤동주선양회 입회하고 윤동주 시인을 선양하는 부산의 여러 시인과 교류할 수 있었습니다. 이 단체의 2011년 “소통을 위한 윤동주 시의 모티브(Motive)”에 번역자로서 윤동주 시를 두고, 우리말로 소회를 나눌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윤동주 문학은 순수함을, 또 자기 내면을 더욱 파고들어, 독자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시 작품을 읽고, 감상하며 번역하면서 느낀 점은 그 글과 시어 낱말의 선택에 있어, 오늘날 우리 젊은이가 가지는 것과 다르지 않아, 시 문학은 시대를 넘어서도 감동을 가져다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윤동주의 ‘자화상(自畵像)’이라는 시를 읽으면서, 어릴 때 산골 마을에 살았던 적이 생각났습니다. 저희 마을의 한 가운데에 우물이 있었습니다. 그 우물 물을 길어 집으로 가고, 여름의 어느 날에는 사람들이 그 우물을 청소하기 위해 그 안의 물을 다 퍼내고, 사다리를 넣고서, 청소하는 주민이 그 안으로 들어가, 청소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 우물을 에워싼 통의 벽이 1미터 높이가 되진 않아도, 어릴 때는 그 벽이 크게 보였습니다. 두레박을 이용해 물을 퍼 담다가 한 번은 중심을 잃어, 아무도 주위에 없어, 그 우물에 빠져 버릴 듯한 위험스런 때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우물물을 통해 본 하늘의 모습은 정말 맑았고, 그 우물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보는 때는 즐거웠습니다. 거울이 많지 않은 시절, 남자아이에겐 거울은 별로 의미가 없었던 시절에 이 우물 거울은 하늘도 거울속에 들어갈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 우물이 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고, 그 기억이 윤동주의 시를 통해 다시 드러나면서, 나의 삶을 반추해 보는 거울이 되었습니다. 시가 내 삶의 거울로 나타나니, 나의 세월에 묻힌 때, 못난 얼굴, 안경마저 때로는 써야, 때로는 벗어야 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그 모습을 통해 마음의 빗질도 해 보고, 마음의 다짐도 하며, 세상에 나설 힘을 지니게 됩니다. 시가 있으니, 삶이 있고, 삶이 있으니 시를 읽게 되고, 이를 세상에 알리고 다른 언어로 만들고픈 생각이 들게 됩니다. 맛난 음식을 대하면 그 음식을 다른 사람에게도 소개하고 싶은 마음처럼….
또 다른 우물이 있었습니다. 저 산골의 다랑이 논밭의 어느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우물입니다. 평소에는 논물이 되기도 하고, 갈수기에는 농민들의 마실 물이 되기도 했습니다. 우물이기에 차가웠고, 논에서 일하시는 부모를 위해 찬물을 가져다주는 일을 맡은 것 외에는 논에서 소년이 할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뙤약볕이었고, 큰 주전자에 물을 가득 담고 기우뚱거리며 논둑을 거쳐 부모님이 일하시는 곳으로 그 물을 ‘퍼왔습니다!’ 라고 할 때의 임무 완수. 어른들이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논밭에서의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당시는 모르고, 오늘에서야 시인의 글을 통해서 다시 당시를 바라볼 수 있으니, 이것이 시인과 독자의 소통이 아닐까요? 시인의 시어가 내 추억의 바탕을 가진다는 것. 그것이 곧 소통이 아닐까요?”
한편 카톡에서도 조문주 문학박사님과 이남행(Feliĉa)님 등이 제 번역을 원본 뒤이어 배치해, 낭송해주었습니다.
이번에는 ‘코로나 19’ 기간에 진달래 출판사에서 에스페란토 본을 원본과 나란히 배치해 책으로 출간하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역자로서는 한편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 조심스럽습니다.
윤동주 시집 원본과 제 번역을 어떻게 배치하고 마무리하나를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올해 5월 하순에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55년 판본(정음사)의 2022년 재간본(한국학자료원))를 입수하고는, 부처님오신날 전후로 시간을 내어 제 초역의 오류도 교정하고, 원본 배치 일도 마무리했습니다.
역자는, 윤동주 시집의 여러 판본이 있음에도, 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55년 판본(정음사)를 텍스트로 배치작업을 했습니다. 그 속에 실린 시와 제 번역을 일일이 대조해보면서, 원본 틀을 깨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썼습니다.
대역본 배치 작업을 통해 윤동주 시인의 작품 ‘사랑의 전당’을 읽으면서, 사랑의 감정이 되살아나고, ‘새로운 길’을 암송할 때는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이라는 문구는 역자를 다시 한번 멋진 시에 감동하고, ‘별 헤는 밤’은 한 사람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것 같아, 역자인 저의 삶은 어떠했을까 하며 추억에 잠기게도 합니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를 다른 언어로 번역한다는 것은 독자를, 역자를 시 세계로 흠뻑 젖게 만듭니다.
해당 원본에 들어있지 않은 몇 편의 시는 부산대학교 도서관, 부산도서관과 인터넷 여러 사이트(site)를 검색하여 원본을 찾아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현대어로 옮긴 것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초역 때 당시 열람했던 원본 자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진판 윤동주 자필 시고전집(寫眞版 尹東柱 自筆 詩稿全集)』(왕신영, 심원섭, 오오무라 마스오(大村益夫),윤인석,(주)민음사, 서울, 1999).
『원본대조 윤동주 전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詩』(윤동주(편주자:정현종, 정현기, 심원섭, 윤인석), 연세대학교출판부, 2004.).
『정본 윤동주 전집 원전 연구』(홍장학 지음, 문학과 지성사, 서울)이었고, 당시 열람한 홈페이지는 http://my.dreamwiz.com/lionaya/, http://www.poet.or.kr/ydj/, http://home.pusan.ac.kr/~citadel/ 등이었습니다.
윤동주 시집은 영어, 불어, 독일어, 일본어 번역본이 이미 나왔습니다. 에스페란토 번역본이 2011년에 발간되었고 원본-에스페란토 대역본은 이제 출간되어,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작업에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실린 산문 몇 편은 빠졌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제 번역의 초판본과 원본을 참고해 주십시오.
그럼에도 이 번역에는 천학비재한 역자의 부족한 점이 드러나 보일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혜량에 맡깁니다.
혹시 역자에게 이 번역본을 읽은 소감을 전해주실 독자님은 제 이메일(suflora@daum.net)로 연락주십시오.
끝으로, 이 대역 번역본 출간을 위해 수고하신 진달래출판사 오태영 대표님께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늘 컴퓨터 앞에서 책과 씨름하는 역자의 번역 시간을 묵묵히 지켜봐 주신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여기 남깁니다.
2023년 5월 동래 금정산의 한 줄기
쇠미산 자락에서 비오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