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 단계에서 「그들을 정원에 남겨두었다」의 가제는 ‘동의와 각색’이었다. 내가 가진 두 직업 간의 괴리에 대해, 특히 ‘재현’이라는 차원에서 벌어지는 충돌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2018년의 봄, ‘의료인의 글쓰기’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세 명의 동료들과 함께 『AMA Journal of Ethics』 2011년 7월호, ‘Physician-Authors’ 특집에 실린 논문들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가졌다.
늘 내가 뭐라고 잘 알지도 못하는 삶에 대해 쓰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에 빠지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 알지 못하기에 그 삶에 다가가고자 애쓰는 것 역시 작가의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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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들을 많이 본 날이면 나도 아파진다. 이 아픔이 자족적인 나르시시즘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시간이 지난다 해도 알게 될 거라는 확신도 들지 않는다.
다만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는 것.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나 그럼에도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는 조금은 모순된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 그 마음이 부디 전달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