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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권순홍

최근작
2022년 5월 <불안과 괴로움>

유식불교의 거울로 본 하이데거

언뜻 이 책은 논쟁적인 성격을 띠는 것으로 비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하이데거와 유식불교 사이에서 오갈 수 있는 대화를 되도록 공정하게 소개하고자 하는 글로 보았으면 한다. 둘 사이의 대화에서 그때마다 동이점(同異點)을 드러내고자 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물론 이 책에서 제시된 근원적 시간과 실존에 대한 해석이 통상적인 해석의 틀을 벗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유식불교를 해석학적인 거울로 삼아서 근원적 시간과 현존재의 실존의 '어떻게'를 밝게 들여다본 까닭으로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머리말'에서)

존재와 탈근거

이 책은 전통형이상학의 존재-신학, 특히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적 실재론에 견주어서 하이데거의 기초존재론적 존재사유를 사유의 사태 자체에 준해서 여여하게 논구하고 있다.토마스의 신학적 실재론에 따르면, 존재자 전체는 신적 지성의 영원한 빛에서 밝게 조명되어 있되, 본질적 차이 여하에 따라서 더 밝거나 덜 밝게 조명되어 있다. 이러한 까닭에 인간은 신적 영원성의 빛으로 고양될 때에나 존재자 전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이 존재자 전체를 두고 철학하기보다는 신적 본질에 대한 아프리오리한 신학적 인식을 먼저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 철학이 신학 속으로 증발되어 버리는 철학의 불행에 불과하다. 게다가 신적 빛은 최고 존재자로서 신이 지니고 있는 존재자적 완전성에 지나지 않는 이상, 거기에는 어떠한 어둠도 깃들여 있지 않다. 그러나 어둠이 없는 절대적 광명은 신적 빛의 완전성을 증거하기는커녕, 오히려 빛의 존재론적 생산성을 배제하는 격에 불과하다. 빛의 존재론적 생산성은 빛의 生起와 自己變樣에 있다. 하이데거의 소위 존재 또는 시간의 빛은 이러한 생기 성격과 자기변양을 여실히 전개하는 존재론적 빛이다. 이 빛의 생기 성격은 시간의 근원적 否性이나 無에 준해서 생기의 순간성, 자기완결성, 各時性(Jeweiligkeit), 개별성, 고유성, 유일성, 변양성 등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이러한 생기의 성격은 시간의 빛이 어떠한 원인이나 근거에 인과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탈-근거로 요약된다. 토마스의 경우 신적 빛이 영원한 탓에 창조된 세계가 본질적 차이에 준해서 위계화한 정태적 질서에 매여 있다면, 하이데거의 시간의 빛에서는 세계가 그때마다 각기 다른 양태로 생기한다. 즉 세계가 그때마다 수많은 양태로 세계화한다는 것인데, 이렇게 세계화한 세계의 양태들 사이에는 지배와 종속의 신적 인과성이 배제되어 있는 까닭에 평등, 자유, 존엄성이 요동치고 있다. 이 책의 방법적 특징들을 짚어보자면, 시간의 빛의 생기 성격에 비추어서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서 펼쳐진 기초존재론을 사태적으로 해명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른바 存在時性의 빛에서 존재론적 차이, 현-존재, 실존, 세계성, 존재자의 세계진입, 용재성, 전재성, 실존의 본래성과 비본래성 등등이 해명되고 있다. 특히 본래성과 비본래성에 관한 분석은 기초존재론적 존재사유에 대한 이 책의 해석을 짊어질 만큼, 고유하고 개성적이다 할 것이다. 또한 하이데거도 고백하듯이 이해하기 난해한 시간의 사태를, 到來의 일차적 脫自態의 근원적 활동을 그것의 탈자적 힘과 중심으로 나누어서 파헤침으로써 사태적으로 해명하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장이라 하겠다. 한마디로 이 책은 탈-근거로 압축되는 시간의 빛 자체의 사태적인 본질 성격에 대한 새로운, 출중한 해설서라고 할 수 있겠다. (2000년 10월 13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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