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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이동임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45년, 황해도 운산면

최근작
2020년 5월 <바느질 이야기>

바느질 이야기

칠십여 년의 세월이 속절없이 지나갔습니다. 젊은 시절 허둥대며 살았습니다. 한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 속에 감춰진 무거움과 가벼움이 내 주위를 감돌며 내 의지를 시험하곤 했습니다. 슬퍼도 담담한 시선으로 옷깃을 여미기도 했습니다. 젊음은 꽃이었고, 그 속에는 우주의 온갖 경이로움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새의 깃털이 되어 가볍게 떠다니고 있습니다. 무겁거나, 가볍거나, 꽃이거나, 깃털이거나, 그 무엇이거나 지나온 삶의 조각들을 거두고 싶었습니다. 나머지 나의 삶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이 되어, 무엇으로 다시 만날지 알 수 없습니다. 나는 그저 매일의 그 순간 속에서 내 삶의 소소한 행복과 기쁨을 간직할 뿐입니다. 숨쉬기조차 버거운 한때가 있었습니다. 매일 새벽 차가운 공기 속에서 호미를 잡았습니다. 지치면 집안에서 바늘을 잡았습니다. 호미로 검붉은 흙을 파면 땅속에서 향기가 났습니다. 바늘을 잡으면 손이 움직여주었습니다. 손끝에 힘을 모아 헝겊 조각을 꿰맸습니다. 마음 따라 몸이 가는지, 몸 따라 마음이 가는지, 조금씩 숨쉬기가 평안해졌습니다. 바닷가 외딴집에서 삼 년 동안, 그렇게 살았습니다. 씨앗을 뿌려 솟아나는 새싹을 보며 말할 수 없는 대견함을 느꼈습니다. 이 시기에 죽어있으면서 살아있음을 느꼈습니다. 이때 시작한 바느질과 꽃 가꾸기는 나의 친구가 되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끔 활짝 핀 꽃과 대화를 나눕니다. “수고했다. 힘들었지” 하고 말을 걸면, 꽃들이 환하게 웃습니다. 그들은 쉬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생의 절정기를 꽃으로 선사합니다. 꽃이 떨어지면 다음 생을 위해 단단한 씨방에 씨앗을 보관합니다. 사철, 자기 시간에 말없이 피었다가 조용히 지는 꽃을 보며 생명의 귀중함과 자연의 신비함에 마음이 따뜻해지곤 했습니다. 조각천들을 수천 개 모아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할 때, 인생을 닮았다고 느낍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사건의 조각들이 모여 인생을 이루듯 퀼트 또한 그러합니다. 조각마다 색감을 선택하고 그 조각이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제 자리에 넣어 단정하게 꿰매고, 한 땀 한 땀 곱게 누벼야 합니다. 멋진 조각들이 모여 좋은 작품이 되듯이 인생 또한 삶의 조각들을 곱게 이어 완성해가는 과정이 아닌가 합니다. 시작할 때, 이어 붙일 때, 누빌 때, 과정 모두를 사랑합니다. 슬펐던 일 행복했던 일을 퀼트로 표현해보았습니다. 지나온 삶의 조각마다 기쁨과 슬픔이 배어 있고 그 조각을 이어 오늘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꿰매어야 할 무엇이 남아있는지. 마무리하지 못한 퀼트 작품처럼 어떤 삶이 내게 남아있을지… 이렇게 손끝에서 탄생한 퀼트와 꽃들을 사랑하며 마음의 평화를 얻었습니다. 삶으로부터 외면받지 않았음을 느꼈고, 맺었던 인연들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만들어서 꼭꼭 접어두었던 퀼트 작품들, 내 주위를 감돌며 항상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꽃, 두 친구에게 주절주절 중얼거리듯 쓴 단상 몇 개와 용감하게도 중년 이후의 삶의 궤적을 간추려보았습니다. 평범한 생활,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책으로 엮으면서 자식을 세상에 내보이듯 부끄럽고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 머리말

바느질 이야기

바늘과 호미를 잡고 소소한 평화를 누리며 살아온 삼 십여 년, 그래도 어느 순간엔 ‘울컥울컥’할 때가 있습니다. 교정이 마무리된 원고를 보내고 한없이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슬픔과 그리움이 없는 진정한 자유를 이 책이 가져다주었으면 합니다. - 저자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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