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삼십대 여성이고, 제대로 된 ‘직장인’이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일과 사랑? 둘 다 지금 나하고는 전혀 무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일종의 판타지를 쓴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 현실은 누추할지언정 소설에서라도 한번 잘 먹고 잘 살아보자. 이게 바로 소설의 멋진 점이었다. 내가 뭘 써도 읽는 사람은 언제든 속아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나는 혼자 있어도 초라하지 않을 정도로 송이가 크고, 색이 선명하고, 그러나 완전히 피지는 않은, 아직 할 일이 더 남은, 그곳에서 가장 좋아 보이는 것을 샀다. 그 애가 상상했을 꽃을. 돌아와 유리병에 꽂았다. 꽃은 알맞게 들어갔다. 아주 약간의 기척만으로.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지만, 보지 않는 척하지만 산주가 그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