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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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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의자, 길을 묻다>

의자, 길을 묻다

◉ <글머리에> 언젠가부터 발길이 자꾸만 바다로 향했다. 시간의 틈을 놓칠세라 남쪽으로 내달렸다. 해안가 산에 올라 무수한 섬들을 내려다보았다. 푸른 등을 보이며 바다에 잠겨있는 알들 같았다. 배를 타고 둥근 알과 기다란 알 사이를 지났다. 섬에서 먹고, 자고, 그곳 사람들과 어울렸다. 어선을 타고 해산물을 잡으며 마치 탯줄 달린 태아처럼 먼 바다로 나갔다가 다시 섬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어선을 탄 날 밤에는 자리를 펴고 누워도 바다 위에 떠 있는 것 같았다. 문득 떠 있는 존재들이 가슴으로 다가왔다. 밤새 흔들리며 뒤척였다. 그러다가 알섬을 만났다. 한때 사람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빈 섬이다.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누군가를 품었던 자리에 바람이 불었다. 바람처럼 떠났다가 돌아오곤 하는 나를 남편은 응원해 주었다. 때로는 동행자가 되기도 했다. 가족은 언제나 나를 기다려 주는 의자다. 그 믿음직한 의자들이 있기에 수시로 떠날 수 있었나 보다. 한때는 새파랗게 날이 선 거들도 한세월 세파에 흔들리고 나면 낮아지고 둥글어진다. 모두 의자를 닮아가는 모양새다. 나도 인생의 담벼락 밑에 무심히 놓여 있는 허름한 의자가 되어 가고 있다. 그 의자에 산허리를 휘돌고, 섬 사이를 누빈 바람이 그새 그리움 한 자락 슬쩍 내려놓고 사라지고 있다. 2023년, 섬, 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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