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누구나 겪게 되는 만남과 이별,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한때 마음을 주고받았던 존재가 떠나버렸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이 될까요? 떠난 이를 억지로 붙잡아 두거나, 원망하거나, 한없이 슬픔에 빠져 있을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빈자리가 드리우는 외로움과 상처를 각자의 방식으로 치유해 나가면서, 어쩌면 한 걸음 성장하고 변화해 나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대상을 끊임없이 떠올려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주제를 적절히 담을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화가’라는 인물을 설정했으며, 경계심 많던 고양이의 시선이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 속에 관계의 농도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 그림책 속 정원은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곳이자, 화가와 고양이라는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고 가까워지고 이별하는 과정을 담은 기억의 공간입니다. 그리고 첫 만남의 설렘과 두려움, 친밀함과 헤어짐 등 기쁘고 슬픈 온갖 경험과 감정들이 꽃처럼 피어나고 시들고, 상상과 어우러져 다시 소생하는 환상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홀로 남겨진 화가가 자신을 떠난 고양이와 재회하는 곳은, 함께했던 순간이 꽃과 풀, 나무로 변주되어 무성해진 ‘너의 정원’입니다. 한때 소중했던 존재가 지금 곁에 없을지라도, 함께한 기억을 떠올리고 추억하는 한 우리는 저마다의 ‘정원’에서 서로 이어져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아직 겨울인 줄 알았는데 작은 새싹 하나가 돋아 있는 것이 보일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존재들이 봄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황량한 겨울나무는 늘 그대로인 듯하지만, 첫 초록 잎을 밀어 올리기까지, 대기와, 흙, 나무 등 모든 것이 변화하며 온 힘을 다해 움직이고 있었겠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 마음의 모양도 늘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계절의 흐름 속 예측 불가능한 변화와 생명력을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티끌처럼 작아 보이는 일 하나 때문에 멀어지기도 하고, 그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손을 내밀고 가까워지기도 합니다.
봄을 맞아 오랫동안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던 친구들을 정성껏 초대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설렘과 배려, 걱정 그리고 고마움을 그림 속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초대’라는 말에는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을 대접하겠다는 특별함, 그리고 은근한 감사의 뜻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대를 하는 사람은 초대장을 쓰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취향과 개성을 기억하고, 함께했던 추억들과 고마웠던 일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니까요. 그래서 아주 작은 것들까지 고민을 거듭하게 됩니다. ‘이 사람을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하면 좋을까?’ ‘어떻게 자리를 배치하고 공간을 꾸미면 편안할까?’ 모두에게 알맞은 날짜를 정하는 일, 취향에 맞는 음식을 준비하는 일, 소소한 사항들을 고민하는 것은 티 나지 않게 조용히 애쓰는 마음, 바로 다정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대’는 매서운 겨울의 끝에 슬며시 다가와, 은근하게 어루만지기를 계속하다 조심스럽게 시작되는 ‘봄’의 따뜻함과 서로 닮아 있지 않을까요.
『봄의 초대』를 읽는 분들이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다른 이들을 위해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준비하는 마음의 온기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마음 한구석이 얼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각자의 방식으로 그곳에 봄을 초대하기를 바랍니다.
생을 다하고 쓰러지기 직전의 코끼리를 보던 날.
나와 나의 고양이 그리고 모두에게 공평하게 찾아올 그 어느 날에 대해 쓰고 싶어졌습니다.
백지 앞에 망연히 앉아 있던 나에게 코요테가 슬며시 다가와 속삭였습니다.
끝이라는 건 슬프거나 두려운 일만은 아니라고.
한 송이 꽃이나 반짝이는 별, 작은 조약돌처럼 단순하고 신비로운 것이라고.
그 순간 머릿속에 이야기가 어렴풋이 떠올랐습니다.
그날 이후로 매일 코끼리와 코요테를 만나며 알게 된 ‘비밀’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어느 날 문득, ‘내일’이라는 단어가 제 머릿속에 들어와 씨앗이 되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하루살이 한 마리가 떠올랐는데, 그 작은 곤충이 고맙게도 저를 이 질문의 여정으로 초대해주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작가인 제가 ‘하루살이’라는 캐릭터를 만들기는 했지만, 역으로 하루살이가 저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 것 같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때로는 영영 알 수 없는 답을 부질없이 찾으려고 헤매는 것만 같아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정해진 답이 없는 것이 우리의 삶과, 예술, 그리고 책이 가진 의미가 아닐까 하며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섣불리 질문에 답하려 하기보다는, 하루살이의 입장이 되어 그 여정에 동참하고 느껴보려고 애쓰면서 책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 속의 하루살이는 특별해 보이지만 동시에 평범합니다. 질문하는 하루살이라는 점에서는 남달라 보이지만, 일상을 사는 우리의 모습이 그런 것 아닐까요? 내일을 알지 못하지만, 각자의 질문을 가지고 하루살이처럼 비행하는 우리의 삶. 이 책을 읽는 분들이 하루살이와 함께 질문하며, 각자의 내일을 느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