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당시의 현실과 얼마나 다른가? 연약한 생명체들부터 차례로 떼죽음 당하는 세상은 “전 지구적인 아우슈비츠”가 되었다. 각자도생(各自圖生)하는 고통과 외로움 속에 서서히 질식해 가는 세상이다. 권력자들은 여전히 민주주의의 기초를 파괴하며 평화를 비웃는다. 더군다나 지구 적자와 기후붕괴를 겪고 있는 우리 세대는 점차 엄청난 재앙과 폭력만이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 역시 과거 직립원인이나 네안데르탈인처럼 멸종될 것을 예상하게 된 첫 번째 세대다. “몇 시간 후면 모두 죽게 될 닭장 속의 닭들이 곡식 몇 알을 놓고 싸우고 있는”(틱낫한) 오늘의 현실은 예언자들이나 시편 기자들만이 아니라 저자조차도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훨씬 더 절망적이며 묵시적인 현실이다.
과거에 비해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지만 결정적으로 부족한 것은 간절한 기도와 영혼의 힘일 것이다. 더없이 아름다운 행성에 태어나 날이 갈수록 더욱 아비규환의 생지옥을 살아야 하는 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오직 하느님의 영을 받아들이는 길뿐이다”라는 저자의 외침처럼, 수십 억 년 동안 세상과 생명을 신비하게 창조하시는 영을 우리의 몸속에 모시고 평화를 누리면 좋겠다. “한 분 하느님”에 대한 신앙으로 만물이 “성스러운 한 몸”임을 깨닫고, 이 시대의 깊은 어둠 속에 작은 촛불을 밝힐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옛날 아우슈비츠에서처럼, “자신의 거룩함을 비워, 악취가 진동하는 포로들의 똥을 닦아주는 쉐키나 하느님”(멜리사 라파엘)을 만나고, 짐승들의 세상과 다를 바 없는 약육강식의 생지옥을 “하느님이 거하시기에 적합한 거룩한 땅”으로 만들기 위해 자기를 비우는 데서 인간의 마지막 존엄성을 지키며, 학살자들 앞에서도 담대하게 찬양하며 행진하는 데서 신앙공동체의 정체성을 지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