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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전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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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퀴어 (포)에티카>

퀴어 (포)에티카

비평의 사랑은 대상을 주체의 욕망에 종속시키려는 일방적인 진단이 아니다. 좋은 비평은 작품을 만진 뒤 작품으로부터 손을 털어낸다. 구속하지 않는다. 비평이 작품을 통해 열어놓은 질문들로 작품이 독자에게 자유로이 날아갈 수 있도록 놓아준다. 말하자면 비평은 문학의 가장 후방에서 다시 시작하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작업이다. (…) 폭력에 대항하는 힘, 그 힘의 구체적인 얼굴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정치적인 아름다움을, 나의 비평은 믿는다. 비평의 아름다움은 현실의 요철을 깎아내어 매끄럽고 부드러운 무언가로 미화하는 작업이 아니라 파인 홈과 울퉁불퉁한 돌기들을 손끝에서 있는 그대로 감각하는 일이다. 아쉽지만, 읽기와 쓰기가 낭만화하는 기분좋은 시간은 비평의 종착지가 아니다.

허투루 읽지 않으려고

내가 추구하는 사랑의 정치성은 소유가 아닌 자유를 향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는 우리가 듣고 싶은 말을 재깍재깍 내미는 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러나 그건 또 다른 나를 당신에게서 재확인하는 일에 불과하지 않은가? 나는 내가 원하는 당신의 얼굴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당신의 얼굴을 보고 싶다. ‘허투루 읽지 않겠다’는 마음이 향하는 곳은 나의 얼굴이 아니라 바로 당신의 낯선 얼굴이다. 세속의 아침 동안 내가 나의 글 속에서 그토록 열렬히 사랑했던 것은 아직 만나지 못한 당신의 모르는 얼굴이다. 이 글들이 당신의 고요하던 세계에 작은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면 나는 그것만으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테다. 당신이 내 곁에서 멀리 있다고 해도, 그리고 가까워질 수 없다고 해도 괜찮다. 나의 세계와 당신의 세계가 교차하면서 다시 각자의 길을 향해 갈라지기를, 바로 그 충돌을 통해서 우리의 요철이 깎여나가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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