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먹을 것인가, 욕을 먹지 않을 것인가. 세계명작동화와 노벨상 전집, 카뮈와 사르트르, 헤세와 헤밍웨이를 읽어도 이 고민에 대한 답은 없었다. 답은커녕 빵값을 책값으로 써서 배만 더 고팠다. 답이 있었다 해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답은 아니었다. 너무 늦게 도착한 예감. 너무나도 늦어서 다행이고 기쁜 예감. 가끔 가혹하지만 너무 행복한 후회. 영리하게 살 것인가, 숨 막히게 살 것인가. 이 고민은 앞으로도 지속되리라는 불길한 후회. 그리고 내가 아무리 책과 글을 좋아해도 책과 글에는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해결책이 나와 있지 않을 거라는 불길한 후회. 내가 책과 글을 사랑할수록 이 두 가지를 멀리해야 할 것만 같은 불길한 후회. 그리고 불길한 후회는 반드시 어떤 험난한 길을 통해서라도 현실이 된다는 불길한 확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책과 글을 만나는 것, 이것이 나의 매점이다.
시끄러운 음악 방송이 나오는 버스 안에서 기우뚱거리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현대문학』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마음속으로 단단히 “다시 열심히 쓰겠습니다”라는 말을 준비했습니다. 바로 전날, 『현대문학』에 짧은 산문을 써서 보냈는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미진한 글이라 연락이 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산문에 대한 전화는 아니었지만 여러 번 생각해도 결과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똑같았습니다. 다시 열심히 쓰겠습니다.
텅 빈 백지의 길과 텅 빈 시인의 길을 보여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시의 동지들, 선배님들, 후배님들 감사합니다.
부족하기만 한 시를 격려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현대문학』에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아무것도 되지 않겠습니다. 텅 빈 백지처럼. - 수상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