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이가 앓는 걸 지켜보면서 정말이지 많이많이 칭찬해 주고 싶었습니다. 나경이뿐만 아니라 홍역을 앓는 모든 아이들과 지금도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이들 전부를 말입니다.
그 아이들은 고통을 이겨 내어 그만큼 사는 힘이 세지고 마음의 키가 자라날 아이들입니다. 아무리 평범해도, 누가 뭐라 해도 무지무지 힘이 세고, 대단히 똑똑하고, 아주아주 용감한 당글공주들입니다.
16년 만에 출판사를 옮겨 다시 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재출간을 기회 삼아 평소 탐탁지 않아 했던 문장들을 고쳐 썼습니다. 몇 번을 읽고 또 읽으면서 고쳤습니다. 화가도 바뀌었습니다. 더벅머리 당글공주가 파란 머리카락을 가진, 몹시 씩씩한 여자아이로 변신을 했습니다. 요즘 시대에 잘 어울리는 여자아이라고 할까요. 이 또한 좋습니다.
사람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먼 길을 걷는 것과 비슷한 거 같아요. 어떤 날은 평탄한 길을 걷듯 하루하루가 편한가 하면, 어떤 날은 높은 산을 오르는 듯 순간순간이 힘겨운 날이 있고, 흡사 사나운 맹수를 만난 것처럼 두려운 상대와 맞서야 하는 날도 있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을 길로 표현하나 봐요. 이 책의 주인공 물이가 동무 구렁이와 가는 길도 인생길이에요. 아기에서 어른이 될 때까지 걸은 길. 개정판을 내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제가 살아온 날들을 되돌아보았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여전히 어리숙하고 부족한 것투성이더군요. 그런데도 그럭저럭 살아가고, 글을 쓰고 있는 것은 함께 걷는 사람들,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서인 것 같아요. 참말로 고맙네요. - 작가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