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출세하는 법 아나?
아주 예쁘든지, 돈이 매우 많든지, 백이 엄청나든지.
그도 아니면 힘 있는 남자가 시키는 대로 하든지……!”
“능력 있으면 되지요.”
“능력? 허, 그 능력을 누가 인정해 주는데?”
경력직 아나운서 이직을 권유 받고 그야말로 힘 있는 위치에 있는 그가 한 말이 틀렸음을 입증하고 싶었다. 이십년도 훨씬 지난 일인데, 지금 다시 같은 질문을 받는다고 해도 선뜻 “능력”얘기를 하게 될까 싶다. 능력을 키우고 발휘하기에 게으르지 않았지만 단단한 관습의 벽을 넘기 어려웠다. 그들은 타협이라 말하고 나는 부당함이라 답했다. 그래도 여전히 아이들에게 희망은 있다고 말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라고 말한다. 건방지게 소설이라는 장르에 도전한 것은 ‘그리하여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는 새드앤딩이 되지 않기 위함이다. 그러니 세상의 유능한 소설가 분들에게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 사실 소설이라 말할 수도 없을 분야다. 아이디어와 경험과 바람을 구성형태로 써내려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치졸한 글에 이름을 붙여 “꽃”이라 불러주는 분들이 계시다. 그래서 용기 내어 외치고 싶다. “얘야 아주 예쁘지 않아도, 돈이 많지 않아도, 백은 없어도, 그래도 능력을 키워라 그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