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정일은 우리 문단에서 아주 특이한 존재다. '악마적 결벽성으로 사회의 위악 폭로', '자해적 테러리즘' 등 그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표현하는 언어들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그는 자기가 추구하고 싶은 대로 꺼릴 것 없는 작품세계를 추구해 왔다.
그의 '별남'은 성장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고서점 주인을 꿈꾸었는가 하면, 그 꿈을 실현하는 데 구구단 외우기가 도움될 것 같지 않아 끝내 구구단을 외우지 않고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역시 마찬가지로 고서점 주인이 되는 데 중학교 학력도 필요치 않을 것 같아 더 이상 제도교육에 관심이 없었으나, 어머니의 격한 반대에 부딪혀 중학교까지는 갔다. 그러나 여기서 '여호와의 증인'에 가탁함으로써 고등학교 진학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거총과 교련에 반대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는 경우가 흔했기 때문이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그는 미련없이 '여호와의 증인'을 떠났고, 그 뒤로는 삼중당 문고본을 한 권씩 독파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그의 인생이력에 우연한 폭력 사건으로 인한 '소년원 수감'이 포함된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그가 세인의 주목을 끌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실내극'이 당선된 데 이어 같은 해 말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최연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가 되면서부터다. 신춘문예와 문학상을 같은 해에 거머쥔 것은 우리 문단에 그 전례가 거의 없던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의 나이 스물 다섯에 벌어진 일이었다.
'중졸'에 그친 학력에도 불구하고 시.음악.연극 등 문화 전반에 걸친 백과사전적인 지식은 그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증폭시켰으며, 일탈적인 그의 작품세계는 그의 삶의 이력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1990년 소설집 <아담이 눈 뜰 때>를 내면서 소설가로 전업해, 장르를 넘나드는 문학적 다양성 면에서도 화제를 뿌렸으며, 그의 작품들이 연이어 영화화되고 연극 무대에 올려지면서, 우리 문화계에 '장정일 신드롬'이라 할 만한 새 흐름을 창조해 내기도 했다.
장정일 소설의 문제성은 자기 파괴를 통한 전달방식의 혁신성에 있다고들 한다. 겉으로는 온전해 보이는 우리 사회의 '위악성'을 폭로하면서, 독자들에게 의도적인 불편함을 조성하고 아무도 가려 하지 않았던 전면적인 자기 폭로의 길을 걸어 온 것이 장정일 문학의 특이함이요, 특출함이다.
결국 멈출 줄 모르는 그의 문학적 실험은 1996년에 출간한 <내게 거짓말을 해봐>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에 오르게 되고, 정치적 이유가 아닌 음란죄로 필화를 입어 구속되는 새로운 전례를 남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