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출생. 광고, 잡지, 책 등의 일러스트 작업 외에 국가를 불문하고 취재하고 싶은 사람이나 장소를 찾아가 거기서 얻은 내용을 바탕으로 그림과 문장을 이용해 책을 제작한다. 『여행과 디저트 때때로 간식』 『이탈리아에서 있었던 일』 『미튼』과 그림책 『잠이 부족한 하양』 『하양』 『어바웃 커피』 『어바웃 티』등의 저서가 있다.
나는 여행을 갈 때 반드시 깨끗한 노트를 챙겨 간다. 흥미를 끄는 것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끼적거릴 수 있도록 선이 없는 새하얀 노트를. 그곳에는 내가 그린 그림이나 글씨 사이를 메우듯이 아이들의 낙서나 마을 사람들이 그려준 약도, 메시지(때로는 그 지역의 속담) 같은 것이 함께 들어 있어, 여행이 끝날 무렵이면 여행한 나라와 나의 합작 노트가 완성된다.
이탈리아에서 보낸 날들을 기록한 노트는 모두 두 권으로 꽤 많은 양의 글과 그림이 기록되어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맘마 미아! 라는 말을 정말 자주 쓰는 것 같다. 역시 엄마의 힘이 센 곳 같다”라든가 “전화기에 대고 쪽쪽쪽 키스하는 사람이 많다” 같은 시덥잖은 내용도 있고, 여행지에서 먹어본 음식과 만난 사람들을 그린 그림도 꽤 많다. 맨발에 가죽구두를 신은 아저씨의 발만 그린 그림도 있다. 카메라로 찍어서 남길 수도 있지만 그 순간의 우스웠던 기분이라든지 감동을 잊지 않으려고 재빨리 펜을 들곤 했었다.
여행 노트를 보고 있으면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의 기록이지만, 하루하루가 특별했구나 싶다. 아그리투리스모에서 만난 사람들은 엄청 여유로운 일상을 보여주었으며 근처 가까운 밭이나 시장에서 산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요리에 특별한 와인을 준비한 민박집의 정감 넘치는 식탁 또한 오래 기억에 남는다. 세계문화유산인 성도 보았고 쇼핑도 많이 했지만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바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느긋하게 즐기는 평온함이 깃든 일상이었다. 그 시간을 추억할 때마다 카를라와 프랑카가 만들어 준 파스타 냄새가 코끝을 스치며 엄마의 따스함이 느껴진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께도 그 맛있는 냄새와 명랑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화통한 웃음소리가 전해질 수 있다면 무척 행복할 것만 같다. 여행노트의 마지막에는 조금 큼직한 글씨로 작은 소망을 남겨본다. “인생은 즐거워야지!”라고. -올리브가 주렁주렁 열린 계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