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했다. 시집 『무화과는 없다』 『축제』 『집에 가자』 『해자네 점집』 『해피랜드』가 있고, 민중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와 산문집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다 이상했다』 『위대한 일들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시평에세이 『시의 눈, 벌레의 눈』 등을 펴냈다.
시는 아무도 말을 가로채지 않는 대화 같다. 글자에 수많은 얼굴이 비치는 종이거울 같기도 하다. 거울 뒤란에서 잠자고 있던 이름들이 불려 나올 때마다 다시 태어나는 종이거울 안에서, 나는 나무이자 벌목꾼이고 사슴이자 사냥꾼이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공습이 이어지고, 세계가 극단적인 비대칭을 향해 폭주하고 있는 지금, 나는 맞아 죽은 자이자 때려눕힌 자이고 독재자이자 야만적인 인류사다.
절망해야 할 이유가 아흔이라면 희망할 근거는 서너조각에 불과했다. 그래서 썼는지도 모른다. 더듬거리며. 신음과 비명이 터져 나오는 시절에 시라니? 그래도 썼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내가 아닌 것이 떨어져 나가고 바로 너인 것이 내가 될 때까지.
2023년 늦가을 천안 광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