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닮아가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 이 세상을 보고, 들으며, 만지고, 때론 큰숨을 들이키며 냄새 맡고, 그것들을 입속에서 오물거리며 음미하기도 할 것이다. 몸과 마음을 다하여 이 모든 것을 그림책의 그릇에 예쁘게 담아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드리고 싶다. 이제 나의 책은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기위해 사알짝 다홍치마를 걷어 올리고 하얀 버선, 비단 꽃신을 신고 가마에 오르려한다.
누군가 나의 그림책을 보면 금방 얼굴이 붉어질 것만 같은 수줍음이 채 가시지 않은 책이다. 아마도 일생에서 내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늘 새색시 같은 마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