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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번역

이름:황의방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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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사막의 고독>

황의방

서울대학교 문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1975년 언론자유실천운동으로 해직된 뒤 동아자유언론투쟁위원회에서 활동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 한국어판 주필을 역임했다. 『나는 고발한다』, 『대륙의 딸』(공역), 『빌브라이슨의 셰익스피어 순례』, 『레이첼 카슨』, 『인디언의 선물』 등과 콜린 더브런의 책 『시베리아』 ,『실크로드』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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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시베리아> - 2018년 12월  더보기

시베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평평한 땅덩어리로, 아시아와 유럽의 경계를 이루는 우랄 산맥에서 동쪽으로 무려 9,600킬로미터나 태평양 연안까지 뻗어 있다. 남쪽은 산맥으로 둘러져 있지만 그 위로는 변변한 산도 없다. 거대한 강들─오브 강, 예니세이 강, 레나 강─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며 영구 동토층(툰드라)을 만들고 있을 뿐이다. 면적이 1,280만 제곱킬로미터로, 알래스카를 합친 미국 본토보다 넓지만, 인구는 미국의 10분의 1인 3천만 명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와 비교한다면, 면적은 백 배가 넘지만 인구는 절반을 살짝 넘는 정도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땅이 무인지경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이 광대하고 신비스러운 미지의 땅이 소련의 개혁 개방 정책과 더불어 ‘개방’되었다. 《실크로드》를 쓴 대단한 여행작가인 콜린 더브런이 재빨리 이 길을 탐사하고 이 책 《시베리아》(원제 In Siberia)를 내놓았다. 이 책이 나온 것이 1999년이니, 한국에서는 소개가 다소 늦은 셈이다. 그가 시베리아를 탐사한 때는 공산 체제가 무너지고 아직 신(新)질서가 잡히지 않았던 옐친 대통령 시절이다. 주민들이 생활 터전을 잃고 불안해하고 생활도 어려워 불만이 대단했던 때였다. 단신으로 카메라도 없이 오지와 위험한 곳을 누비는 저자의 행선지를 대충 따라가보면 이렇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일가가 무참히 살해된 도시, 예카테린부르크다. 다음으로 라스푸틴의 생가가 있는 마을에 들른 다음, 비행기로 1,000킬로미터를 날아 시베리아 동북단에 자리한 보르쿠타로 향한다. 이곳은 1920년대 초에 석탄이 발견되면서 수십만 명의 무고한 죄수들이 투입되어 강제노역을 하며 죽음을 맞은 곳이다. 이어 도스토예프스키가 유배되었던 옴스크를 거쳐 노보시비로스크에 이른다. 노보시비로스크는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이 도시 남쪽 32킬로미터 지점에 아카뎀고로도크라는 목적 도시가 있다. 1950년대 중반 흐루쇼프가 야심적으로 건설한 과학센터 도시다. 이곳에서 고르노알타이스크, 파지릭, 키질을 거쳐 크라스노야르스크에 이르고, 이 도시에서 저자는 예니세이 강을 따라 극지로 가는 배에 오른다. 북극해에 면한 두딘카까지 갔다가 세계 최대의 민물 호수인 바이칼 호, 시베리아의 파리라 불리는 이르쿠츠크를 거쳐 노보셀렌긴스크, 스코보로디노를 지난 다음 아무르 강이 중국과 러시아를 갈라놓고 있는 알바진에 이른다. 이곳에서 하바로프스크로 가는 길목에 한때 유대인 이주 도시로 기획된 비로비잔이 있다. 하바로프스크, 콤소몰스크, 야쿠츠크를 거쳐 오호츠크 해 연안의 악명 높은 콜리마 수용소가 있던 곳인 마가단에서 저자의 여정은 끝이 난다. 콜린 더브런의 특기 중 하나는 여행하면서 만난 현지인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괴승 라스푸틴 흉내를 내는 주정뱅이도 만나고, 수용소에서 한평생을 보냈으면서도 스탈린을 원망하지 않는 노파,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젊은이, 예산이 배정되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과학도시의 행정 책임자, 우리나라의 무당과 흡사한 샤먼 등 여러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더브런은 러시아가 당면한 문제와 러시아의 미래를 가늠해보려고 애쓴다. 더브런이 만난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직장이 없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금은 빵 한 덩어리밖에 사지 못할 형편이 되었다고 불평한다. 그래서 스탈린 시대, 브레즈네프 시대가 차라리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인 탓도 있겠지만, 자유보다 먹고사는 문제가 더 중요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더브런이 집요하게 찾으려고 하는 것 중 하나가 종교와 신앙이다. 공산주의라는 ‘신앙’이 붕괴된 시대, 러시아를 받쳐줄 토대는 또다른 신앙일 것이라고 더브런은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80년의 공백이 있었을까 의심될 정도로 종교들─러시아 정교, 기독교, 토속신앙, 불교 등─이 제 모습을 찾고 있는 것을 더브런은 목격한다. 러시아 정교가 정립될 무렵 분리되어나온 옛 신자들에 대해서도 더브런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더브런이 중점적으로 찾은 곳은 옛 수용소들이다. 보르쿠타, 콜리마 등 수백만 수천만의 죄수들(이라고는 하나, 대다수는 무고한 사람들이었다)이 투입되어 얼어 죽고 굶어 죽고 지쳐 죽어가면서 석탄이나 금을 캐던 강제노동 수용소들이 있던 곳을 그는 끈질기게 탐사한다. 솔제니친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수용소에서 6천만 명이 무참히 죽어갔다고 한다. 덜 알려져서 그렇지, 나치의 유대인 학살보다 더 끔찍한 학살이 스탈린에 의해서 소련에서 자행되었던 것이다. 수용소에서 가까스로 살아나왔으면서도 공산 체제, 스탈린을 옹호하려고 애쓰는 한 노파가 6천만 명이 죽었다는 솔제니친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 그보다는 적은 2천 만 명 정도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더브런이 그 싹을 보고 우려했던 대로 러시아는 이제 독재자와 그 집단의 사생아들인 암흑가의 마피아가 권력과 부를 농단하고 있다. 이 책이 나오는 때가 마침 한여름인지라, 독자들이 이열치열이 아니라 시베리아의 엄동설한으로 제대로 한더위를 이기는 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번역자는 자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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