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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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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달려라 거지야>

이선순

선문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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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말

<달려라 거지야> - 2011년 3월  더보기

고통의 끝은 어디일까? 나는 종종 인간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곤 한다. 도대체 인간은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으며 어디까지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가? 이를테면 체력의 한계, 감성의 한계, 지력의 한계, 그리고 정신력의 한계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그래서 스포츠 경기를 볼 때면, 나는 체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를 알기 위한 생체 실험장 같다는 잔인한 생각이 종종 든다. 어린 체조 선수들의 활처럼 휜 허리, 자기 몸무게보다 훨씬 무거운 역기를 들어올릴 때의 불끈 솟아오르는 힘줄, 마라톤 선수들의 가쁜 호흡, 이런 한계들과 싸워 이겨내는 전사들을 보면 온몸에 전율이 흐르면서 소름이 돋는다. 또 남녀 간의 정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들을 보면, 사랑하고 있을 때의 감성 지수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고, 실연당했을 때는 또 어디까지 떨어지는지 그 감성의 폭을 가늠하게 된다. 사랑의 호르몬이 온몸에 흘러, 그 연인들은 용모의 미추를 떠나 하나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는 얼굴 가득 번지는 찬란한 미소와 부드러워 절대 꺾이지 않을 것 같은 탄력 있는 마음을 볼 수 있다. 사랑을 위해 그 어떠한 것도 희생하는 숭고한 아름다움은 바라보는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만드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실연을 당했을 때는 가슴 어딘가에 검푸른 독이 흐르는지 얼굴이 푸석푸석해진다. 머릿결도 마치 마른 건초처럼 불을 붙이면 당장 불길에 휩싸일 것만 같아진다. 경직되고 독기 어린 말투에는 곁에 있지 않더라도 당장 그 서슬에 짓눌려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 전해져 온다. 독기가 심지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것을 보면, 그러한 공포에 우리는 한동안 밤잠을 설치고 만다. 연구실에서나 산업현장에서나 외교현장에서도 인간은 절대 가치에 도전한다. 주어진 상황에 최대한 빠져들어 인간의 지력이 얻어낼 수 있는 최고의 결과에 도전한다. 우리는 선인들의 농축된 지혜를 가만히 앉아서 얻기에 민망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리고 밤새 불이 꺼지지 않는 연구실의 불빛을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인간에게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그런 발명품을 접할 때도 인간의 지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불철주야 힘을 다하는 사업가들의 모습, 그리고 새로운 학설이나 진리를 캐기 위해 골몰하는 학자들의 모습에서 또한 인간의 지력이 어디까지 닿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텔레비전에서 가끔 소개되는 ‘인간 승리’류의 프로그램은 인간이 인내할 수 있는 정신력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런 한계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마음속에는 엉뚱하게도 모순된 감정이 일어남을 느낀다. 그 영웅들에 대한 격려와 찬사를 보내고 있는 한편으로는 그들이 좌절하거나 포기할 때는 어떤 야릇한, 스스로를 합리화시킬 수 있는 근거를 찾기도 하는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달려라 거지야》를 읽고 옮기는 작업을 하는 내내 나는 얼마나 울고 웃었으며, 가슴 찡한 아픔과 전율과 행복과 기쁨을 맛보았는지 모른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에게 있는 체력의 한계, 지력의 한계, 감성의 한계, 그리고 정신력의 한계에 도전하고 감내한 사람이 나와 동시대에 살고 있고, 그것도 먼 곳이 아니라 우리와 가까운 곳에 이웃하여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라이동진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동냥의 세월을 보냈다. 찢어지게 가난한 거지 집안의 유아 가장이 되어 살아왔지만, 한 번도 그 멜대를 내려놓은 적도, 외면한 적도 없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체력을 넘어서서, 지력을 넘어서서, 감성을 넘어서서, 그리고 자신의 정신력을 넘어서서 기꺼이 책임을 졌다. 이는 그가 가족들을 지독히 사랑했기 때문에 이 모든 역경과 난관들을 오뚝이처럼 일어서서 헤쳐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그 한계를 도리어 자신을 더욱 강하고 질기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더없는 조건으로 역이용하기도 했다. 라이동진은 우리 인간의 인내력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 책을 가슴 깊이 절절히 읽고, 그 감동으로 번역을 마칠 수 있게 해 준 출판사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도전하는 자의 모습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인생의 한계에 주저앉지 말았으면 좋겠다. 때때로 우리를 엄습하는 삶의 무게에 좌절하지 말고 아진처럼 계속 도전하고 전진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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