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에 태어나 웨일스 중부의 양을 기르는 농가에서 성장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현대사를 공부한 그는 1999년 러시아로 이주한 독특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민주주의적 변혁의 물결이 일고 전쟁이 발발하는 등 1990년대 동유럽의 상황은 흥미진진했고, 벌로는 그 역동적인 변화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났다.
그는 러시아 이주 이후 7년 동안 상트페테르부르크,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수도), 모스크바 등지에 거주하며 지역 잡지와 신문사 기자로 언론계에 첫발을 들여놓았으며, 나중에는 로이터통신에서 일하게 되었다. 러시아에 첫발을 디딜 때만 해도 민주주의적 변모, 자유에 관한 글을 쓸 것이라는 순진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을 목도하며 오히려 러시아-체첸 전쟁, 인권유린, 구소련의 도둑 정치에 대한 글을 썼다.
벌로는 세 번째 책 『머니랜드』에서 유령 회사, 신탁, 비밀 은행 계좌 등으로 이루어진 국제적인 자산 보호 산업의 복잡한 퍼즐을 맞춰 나간다. 그는 구소련 국가인 우크라이나의 한 올리가르히(신흥 거부)가 남긴 돈의 자취를 뒤쫓아, 런던에서 출발해 오데사와 키프로스를 거쳐 키예프까지 간다. 그의 집요한 취재로 적도기니, 앙골라, 나이지리아 등 세계의 가장 가난한 국가들에서 거액의 자금을 쥐어짜내 서구에 은닉하는 국제적 부패의 복잡다단한 현상이 낱낱이 밝혀지고, 사악한 도둑 정치가 및 그 자녀들의 맨얼굴이 드러난다.
최근에는 세계 각지의 분쟁 상황을 보도하는 언론인들로 이루어진 단체인 전쟁과평화보도연구소의 캅카스 지역 담당 편집자를 맡기도 했으며, 현재는 런던 동부에 살고 있다. 여행, 사진 촬영, 럭비 시청, 요리, 그리고 독서를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