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디지털라이징이 한창인 만화와 만화인, 만화산업의 전반적인 현황과 디지털 라이프의 진행에 따라 물리적 상품이었던 만화가 비물리적상품으로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출판만화의 생산 및 유통의 디지털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관점에서 쓰여졌습니다.
현재 출판만화의 소비환경은 집, 직장에 놓여있는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와 휴게공간(PC방)과 이동상황(모바일폰, PDA)까지를 점거하고 있는 온라인 영역에 의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만화는 '물리적상품의 비물리적 상품화 가능성'이 여느 매체보다 높은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대안만화'를 도출해내야 합니다.
출판평론가 한기호가 디지털화된 도서의 형태를 고급스런 장정과 이미지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한 레퍼런스북에서 찾고 있듯 기존 출판만화의 디지털화도 새로운 출판의 외형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 온라인의 만화서비스업은 오프라인의 출판 유통 네트워크와 소비 형태를 모방하는 한편 웹진, 플래시, PDA 등의 새로운 형식을 출현시켰습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통해 먼저 배웠지만 이제는 오프라인이 온라인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출판만화의 대여점식 유통구조와 소비 형태 유지를 위한 똑같은 출판물의 생산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 창출을 위한 시도와 실험에 더 적극적여져야 합니다.
출판사의 변화가 당연하다면 만화작가 역시 바뀌어야 합니다. 인터넷을 통한 무명의 작가들이 수도없이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고 만화가 대체 가능한 오락상품인 점을 감안한다면 기존의 작가들이 지녔던 지위도 잠시 접어둬야 겠습니다.
만화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재미있어도 비싸다거나 불편하다면 쉽게 다른 것을 찾아서 위안을 받는 것이 아바타와 채팅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라이프입니다.
책 제목인 '잘 가라, 종이만화'는 종이만화와의 결별을 뜻하기보다는 '제대로', '앞서 가라'는 의미입니다. 종이만화가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만화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이고 이 책은 출판만화의 변화를 기원하는 첫 번째 저술입니다.
내용 중에 미처 체크하지 못한 오자들과 오류들이 눈에 뜨이기도 합니다만..., 이를 기초로 더 발전된 논의가 뒤따르기를 기대합니다.
(2001년 10월 23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