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간신히 독수리 타법으로 써낸 리포트에 오타가 더 많았다는 이유로 교수님께 공식석상에서(게다가 짝사랑 앞에서) 지적을 받았다. 그렇게 망신을 당한 후에야 신문물에 뒤처져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뒤 타자 연습에 몰두하다 ‘이참에 소설이나 써볼까’ 하고 잠시 생각을 했었다.
대학 졸업 뒤 회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들어가는 회사마다 서로를 아껴주지 않았던 탓에 여러 곳을 전전했다. 마지막 입사했던 타블로이드 잡지사가 도산하며, 본격적인 백수가 됐고, 그 뒤로 약 1년간 하는 일 없이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모든 종류의 책을 읽었다. 그리고 운이 좋았는지 방송국 드라마 공모전에 입상했고, 그 뒤로 쭉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여태껏 살아오며 후회할 줄 알면서 많은 일들을 저질렀지만, 개인적인 변명을 해보자면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는 사실이다. 어쩜 열 가지쯤 저지르고, 한 가지라도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충분한 게 인생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