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명지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1년 『충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1986년 『시문학』에 천료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심천에서』 『서울 민들레』 『참나무의 영가』 『어느 클라리넷 주자의 오후』 『어둠의 얼굴』 『돌의 연가』가 있다.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과 명예교수이다.
도봉산 기슭, 중랑천 둔치를 오래 걸었다. 가까운 양수리에 손바닥만큼 비좁은 주말농장을 임대 받아 씨앗을 쀨고 가꾸었다. 날로 화려하고 비대해지는 서울, 그 변두리에 살아보면 외로움도 즐거움이다. 아무튼 내 서툰 농법과 게으름으로 수확한 열매들이라 충실할 리가 없다.
그러나 이 하찮은 결실에 빛과 바람과, 이웃들의 사랑이 함께 하였음을 생각하면 소중하고 감사할 뿐이다. 채 영글지도 않은 시로 그 정성에 답하려니 부끄럼뿐이다. 아파트 울타리 너머 중량천엔 한강의 탁류를 피해 거슬러 온 잉어떼가 한창 산란을 하는 중이다. 알이 잘 부화하고 자라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