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제 나이 미수가 되었습니다. 자서전 같은 것은 절대 쓰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었는데 결국 자서전 비슷한 것을 내보이고 말았습니다.
8.15광복과 6·25전쟁은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가장 요동치던 역사적 분기점인 것을 확신합니다. 저는 십 대에 이 역사적인 현장에 서 있었습니다.
그 격동의 시대에 많은 사건을 직접 보고 체험했습니다. 그것은 내 일생의 운명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히 6·25전쟁은 우리 가정의 몰락과 동시에 내 청운의 꿈을 내려놓아야 하는 비극이었습니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등학교 시절에 6·25전쟁으로 말미암은 가정의 몰락은 형님의 기행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비정상적인 생활과 맞물려 팔 남매의 어린것을 길러야 하는 어머니에게는 도저히 인간으로서는 감내할 수 없을 정도의 비극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내 또한 청운의 야심을 버릴 수 없다는 의지 하나로 악전고투하며 피눈물 나는 시절을 보냈다고 기억됩니다.
나는 십수 년 동안을 방황하다가 결국 성직을 택하여 기독교 목사가 되었습니다. 이 격동의 시대에 역사적인 사건과 시대상들을 그간 틈틈이 기록해 놓은 것이 비록 어린 청소년의 안목이지만 개인사적으로나, 또는 그 시대상을 조명해 보는데 의미가 있다는 주변의 조언이 큰 힘이 되어 용기를 내었습니다.
이 책을 내는 데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고 애써주신 푸른고래 대표 오창헌 시인께 감사를 전합니다.
2022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