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의 달걀 세우기’는 반칙이었다. 한쪽을 깨뜨리다니! 나는 어떤 도구도 없이 달걀 세우기에 공을 들였다. 2010년 12월 어느 날 밤, 마침내 달걀을 세웠다. 요가하듯 두 발과 몸통이 직각이 되게 한 다음, 사타구니에 달걀을 놓고 될 때까지 세우고 세워 ‘콜럼버스의 달걀 세우기’를 뒤집었다.
문제는 그 뒤부터였다. 집 베란다에 앉아 뒤집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가설들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빨래집게 하나로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어보라. 강아지가 커피포트에 라면을 끊이는 방법은? 새가 어떤 도구 없이 직선으로만 날아가는 방법은? 독자의 독서 시간과 작가의 글쓰기 시간이 일치하는 소설을 작도(作圖)하는 방법은?
내 소설은 가설이다, 고로 언젠가 뒤집힐 수 있다.
달걀에서 출발한 일이 여러 사람의 손을 빌려 두번째 소설집으로 나왔다. 고맙고, 고마운 일이다. 소쿠리에 담긴 여덟 개의 달걀들이 깨지지나 않을까, 그간 얼마나 긴장했는지 모른다.
내 소설집을 위해 카페 로 자주 발품을 팔았던 편집자에게 고맙다. 그리고 내 곁에서 늘 사랑이라는 양분을 공급하는 아내 이준경과 자칫 삐뚤어질 수 있었던 나를 오늘의 나로 살도록 도와준 안철수 선생님께 이 책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