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대학원 한문고전번역학과ㆍ문화재학과 교수로 있다.
사)호남지방문헌연구소 소장으로 호남지방의 고문헌을 조사, 정리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주제별 한시선’ 선집을 편찬하고 있다. 제1권 『무등산 한시선』이후로 이번에 제6권 『호남 한시선』을 간행하였다.
세상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많은 것에 위로를 받는다. 그 중에서도 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지켜주는 고향의 산(山), 그 든든함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것이다. 먼 여행 끝에 돌아오면 저 멀리서 가장 먼저 반겨주고, 산길 따라 오르면 숲의 향기와 그늘을 아낌없이 내어주며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준다.
호남의 명산인 무등산(無等山)은 멀리서 보면 토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다. 그러나 그 가운데는 서석이나 입석처럼 굳건한 암석이 우뚝 솟아 웅장하고 빼어나기도 하다. 그 기이한 주상절리 때문에 상서로운 돌이라는 뜻의 서석산(瑞石山)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모습은 바로 겉으로는 부드러우면서 안으로는 강한 지조가 있는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덕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최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더 많은 사랑을 받는 무등산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 오랜 역사와 문화가 스며있다. 겹겹의 봉우리마다 숨겨진 계곡마다 선인들의 크고 작은 발자취가 남아있어 의미를 더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시문(詩文)의 나라였다. 지층에 면면히 흐르던 문학적 상상력은 예인(藝人)을 만나면 소리로 그림으로 솟아나기도 하였다.
무등산 시문들도 한문 문집 가운데 상당 수 흩어져 있다. 저 옛날 고려시대 문인들로부터 무등산의 물로 그림을 그렸다는 현대의 의재 허백련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인들의 주옥같은 시들은 무등산을 더욱 빛나게 한다. 그 가운데 우선 백 여수를 골라 번역하여 무등산 한시선집을 만들었다. 천년 세월이 흘러 주변 경관이나 세태는 달라졌지만 무등산이 주는 감동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음이 새삼 놀랍다.
파란만장한 이 땅의 역사를 묵묵히 지키면서 우리를 길러주는 무등산에 이 책을 바친다. 아울러 무등의 정신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도 한시가 있어 무등산이 더 친근한 산이 되면 좋겠다. 이 책의 출판을 맡아준 전남대학교출판부, 원고를 읽고 검토하여 준 호남지방문헌연구소의 여러 연구원들과 지인들에게 감사드린다.
2016년 봄, 푸르러가는 무등산을 바라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