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1957년 충남 당진 출생. 1990년 시대문학(겨울호)에 단편소설 <굴뚝이 그리운 새>가 당선되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문단에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인천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창작활동 중. 소설마당 및 작가들 동인. 주요작품으로는 <굴뚝이 그리운 새>, <소리의 그늘 1, 2, 3>, <등메>, <원형의 사슬> 등이 있다.
고교시절, 처음 원고지에 써 본 작품이 란 시와 이라는 제목의 시다. 나는 그 시를 당시 소설을 쓰고 계시던 국어 선생님께 가지고 가 작품 평을 부탁드렸다. 한데 한참을 생각하시다 조심스레 이야기해 주신 말씀이 충격적이었다. ‘이런 초현실주의로 계속 시를 쓰다가는 자살한 OOO 시인처럼 너도 자살할지 모르겠다’라는 말씀이었다. 참으로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초현실주의가 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도 못하던 나에게 ‘자살’할 지도 모르겠다니……. 당시 나는 무슨 무슨 주의 하며 작가들을 분류해 놓은 교과서 내용에 반기를 들고 있던 때였다. 작가가 낭만주의 작품을 쓸 수도 있고 퇴폐주의, 사실주의 작품을 쓸 수도 있는데 왜 작품을 놓고 분류하는 것을 넘어 작가를 놓고 그렇게 분류해 놓았느냐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한데 그 이후 감성적 사고의 시보다 논리적 사고의 소설을 써 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에 따라 소설 습작을 시작하면서 교과서의 분류를 이해하게 되었다. 습작하는 소설의 소재 주제가 온통 죽음과 관련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삶이 뭔지, 죽음이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랬다. 문 밖이 저승이고 발바닥과 닿아 있는 지면 아래로 이 몸 들어가는 것 자체가 죽음이듯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음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모두 귀착되는 게 아니던가, 하는 생각 탓이었다고나 할까. 한마디로 같잖은 치기였고 시건방진 무게 잡기가 아니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지금까지 그 범주의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자꾸 앞면보다 이면을, 강자보다 약자를, 양지보다 그늘을, 삶보다 죽음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죽음 속에서 삶을 이야기하고 싶고, 그늘 속에서 양지를 찾고 싶고, 부정 속에서 긍정을 논하고 싶기 때문이다.
톨스토이의 에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 질문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이며,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언제이고,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톨스토이는 스스로 이렇게 답했다.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시기는 바로 지금 현재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라고. 나는 늘 반문한다. “지금 그렇게 살고 있는가?” 하고. 그리고 작품을 쓸 때 “그렇게 쓰고 있는가?” 하고.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쓰고 있는 소설 속의 주인공이며, 소설을 쓰고 있는 바로 그 순간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고, 또한 글을 쓰고 있는 그 행위 자체가 가장 중요한 일인가?” 하고. 왜냐하면 죽기 살기로 글을 쓰는 일에 매달리지 못하고 있지 않나 싶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고교시절 국어선생님의 말씀을 생각해 본다. 선생님께서는 왜 그토록 충격적인 말씀을 해 주셨을까. 선생님의 말씀처럼 초현실주의로 시를 계속 써 왔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어있을까. 자살했다는 OOO 시인처럼 나도 자살했을까. 어쩌면 그랬을는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며 소설을 쓰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너무 현실과 타협을 한 탓일까. 첫 소설집을 묶어낸 이후 너무 오랜 기간 뜸을 들였다. 이제야 문학지에 실린 후 컴퓨터 파일 속에서 곰팡이를 피우던 글들을 꺼내 장마철 반짝 든 햇빛에 이불을 말리는 심정으로 소설집을 묶는다. 톨스토이의 3가지 질문을 곱씹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