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여 년 살아온 서울을 떠나고 싶었고 그렇게 했습니다. 여기저기 전전했고,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이 전설을 품고 있는 마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설과 함께 생겨난 마을,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한 곳에 정착지 못하고 떠돌다 우연히 머물게 된 이곳이 무조건 좋았습니다.
400여 년 전, 자라가 사라진 바위를 파다가 솟아난 샘물로 인해 척박한 이곳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동네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마을이름도 오촌(자라마을)입니다. 전설을 되살려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나 하나만이 아닌, 많은 분들도 전설 속에서 살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 소설은 장군이와 그 엄마가 그 전설(고향)을 찾아가지만, 전설을 잃고 사는 우리 역시 그 전설을 찾아 떠나보는 여행 바로 우리의 귀향가입니다. 저자 오동명은 현재 이 마을, 전북 남원 이백면 오촌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대학에선 경제학(경희대)을 전공, 하지만 사진으로 직장을 구해 광고사진가(제일기획)로, 사진기자(중앙일보)로 16년 기자팔이 돈벌이했고 약 7년 여기저기 대학(충남대, 전북대, 제주대 등)을 떠돌며 포토저널과 미디어 및 언론학 등으로 강의를 했다. 지금은 남원의 옛 시골집에서 서당(또바기학당) 같은 걸 고쳐 꾸리고 동네 꼬마녀석들과 책을 같이 읽고 대나무로 필통 등 이것저것 만들며 뒷마당 흙을 손으로 빚어 굽고 또 뒷동산 지리산을 산보하며, 글과 그림에 빠져 산다. <또바기학당>의 이름으로 유튜브에서 유일하게 소통하며 산다. 최근 한국과 일본에 관한 역사소설 《불멸의 제국》을 냈다.
을 써가면서 가능한 많은 부모들을 만나보려고 했다. 자녀가 중학교쯤 올라가면 공부 따라가느라, 친구들 사귀느라 부모와의 대화가 부쩍 줄어들고, 바깥 일로 바쁜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 역시 아이와의 대화시간을 갖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라고 한다. 우리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넋두리처럼 말하곤 하던 "난 돈벌어다 주는 기계"라는 말은 그냥의 넋두리가 아닌 현실이었고 여기엔 이제 어머니도 예외일 수 없다.
나는 16년간 내내 한 아이의 아버지로 살아왔고, '아빠'라는 말을 무심히 편하게만 듣고 살아왔지만, 이 책을 준비하는 동안의 '아버지'는 내게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식뿐만 아니라 부모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의무를 되새김해보는 시간으로, 의무는 물론 사랑까지도 내겐 엄청난 짐이 되어 마음을 옥죄어왔다.
... 이 책, 이 바쁜 일상으로 인해 '대화'를 잃어버리고 '함께함'에 소홀한 우리들의 가정에 '대화'의 귀중함을 배달하고 '함께함은 곧 동행'이라는 소중함이 선물될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