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황보정순 소설가는 2003년 玉露문학(公友신인상) 소설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7년 첫 장편 『피앙새』를 출간했으며,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바람의 벽』 『석산』 『장산숲』을 발표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3회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소설집으로 『낭도의 봄』이 있다. 한국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경남소설가협회, 고성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의 비보는 너무도 갑작스러웠다.
그로 인해 나로서는 아주 특별한 날을 접하게 되었으니까…….
미운 정이 많은 관계여서 일까…….
그의 죽음은 억장이 무너지게 하였고 숨을 쉴 수가 없게 만들었다.
며칠째 계속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하더니 결국은 저세상을 향해 떠나고 말았다.
해마다 그는 명절이 되면 내 집에 찾아왔다.
그는 내 집에서 태어났고 내 집에서 성장하였다.
내 집에 오는 날이면 혹독한 세상살이를 접하면서 잠시 쉬어가는 길목이었지 싶다.
대문을 들어서면 자신이 왔다고 나에게 먼저 알렸다.
고향집에 다니러 왔다고 소리쳤다.
그러던 사람이 이제는 영영 만나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그의 장례를 치루고 돌아오는 길은 무척 힘겨웠다.
간밤에 뜬눈으로 보낸 때문인지 머리가 무거운 건 당연했다.
문득 그와의 관계를 정리할 일이 생겼다.
휴대전화에 입력된 번호와 카톡방까지 지워 버렸다.
그는 끝내는 미워지지 않는 삶을 살도록 해주고 갔다.
목구멍을 차고 터져 나오는 울음조차도 멎게 해주었다.
이제는 그를 생각 할 명분이 없어졌다.
머릿속은 아무런 기억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가 가고 난 며칠 뒤였다.
비는 끊임없이 내렸다.
유리창 너머로 소리 없이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먹먹한 가슴을 끌어안고 얼마나 앉아 있었을까.
모든 것은 다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