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藝). 문(文). 도규(刀圭). 역마(驛馬)의 사주를 타고나 팔순을 넘긴 지금까지 음악과 글, 방송, 그리고 비평의 칼을 쥐고 살아온 대중음악평론가 이백천은 38선 이북 온천마을 황해도 배천에서 태어났다. 의사인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이주, 서울 종로계동 중앙중학교 재학 중 밴드부에 들어가 악기와 첫 인연을 맺은 그는 진해 해군 군악대로 군 복무 중 서울 문리대 영문학과 진학, 학업을 병행하며 미8군 위문악단에서 아르바이트로 알토색소폰을 연주했다. 31세 때는 동양방송 TV 쇼 제작부로 PD로 방송에 입문,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데이트 위드 쁘띠 리’, ‘대학생의 밤’ 등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이의 문화를 선도하며 가요평론, 노래 심사, 쇼 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을 했다.
젊은이와 음악을 사랑한 탓에 세시봉을 비롯하여 YWCA 청개구리집, 르시랑스, 참새를 태운 잠수함 등 음악과 젊음이 있는 곳엔 늘 그가 있었다. 애당초 치부엔 별 관심이 없었고 음악을 향한 직정(直情) 하나로 내달렸던 나날의 연속, 가수들은 늘 친구였고 동시대를 나누는 분신이었다.
팔순을 넘겼음에도 아직도 새로운 무대, 새로운 음악을 생각하는,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넘치는 그는 만년 소년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