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프게 쓰는 일이 습관이 되다보니 시집을 세 권이나 내놓았다.
그래도 누가 시인이라고 부르면 여전히 부끄럽다.
혹자는 시를 미로 같다 말한다.
직설로도 소통하기 어려운 마당에 은유와 상징에 환유라니
풀어야 할 숙제 같단다.
내 어눌한 언어도 숙제처럼 다가갔으리라.
틈틈이 끼적였던 잡문을 묶고 보니 이 또한 민망하기는 마찬가지다.
수필이란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다.
주근깨와 기미, 자글거리는 주름과 검버섯까지 적나라하다.
망설이다가 기왕 나선 길이니 가보기로 한다.
누구에겐가 공감과 위로가 된다면 모두 무의미하지는 않으리라.
눈이 부시도록 환한 햇살 아래로 내딛는 발걸음이 사뭇 조심스럽다.
- 2019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