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이 책의 한국 버전이 있다면, 이효리에게 한 꼭지가 할애될 거라고 상상해 본다. 이효리는 90년대에는 청순한 콘셉트의 걸그룹에서 활동했고, 솔로로 전향하며 섹스 심벌이자 문화적 아이콘으로 떠오른 동시에 많은 안티팬을 모았고, 그 후에는 뜻밖의 행보를 택했다. 유기견 보호에 앞장섰으며 채식과 요가로 대표되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트렌드로 만들었다. 얼마 전 그는 TV에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출연하여 시골집에서 남편과 반려동물들과 함께 소탈하게 사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의 다음 목적지가 어디일지는 알 수 없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여자니까.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TV 클립이 하나 있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어린아이에게 중년의 남자 연예인이 묻는다. “어떤 사람이 될 거예요? 어른이 되면.” 또 다른 중년의 남자 연예인이 옆에서 거든다. “훌륭한 사람이 돼야지.” 이효리가 말했다.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숨통이 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