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오기였을까, 무언의 항변이었을까? 스스로 첫 시집이라며 단 한 권만 묶어 공개를 거부해온 시를 15년 만에 수정 보완 및 추가하여 전격 공개한다. 내 마음속의 첫 시집이자 정식 출판물로서의 세 번째 시집이다.
당시 책을 1권만 묶게 된 사유는 이후 두 권의 시집을 묶어냄으로써 그 의미가 퇴색하고 말았지만 사실은 시와의 첫사랑, 그 수줍음 탓이었다. 문학 정서 차원의 소심한 부끄러움이랄까 시라는 순수 혹은 절개에 대한 배려였다 말하면 제법 그럴듯한 알리바이가 될까? 그런데 이 알리바이를 마스크 속에 꽁꽁 가두고 산 세월 동안 나는 더없이 작아져 들숨날숨조차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너 앞에 붉어진 내 가슴을 더 붉게, 더 맹렬히 절규하는 군함조가 되어 맹그로브 가지 위에 올라앉았다. 날로 애닮만 키워 가는 생리적 이 어처구니를 어쩐단 말인가?
2021년 가을, 망성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