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은 한가지이나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삶의 방식과 그 흔적은 정말로 다를 수도 있다.
아주 어린 시절, 제주도(濟州道)가 섬[島]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던 대여섯 살 즈음부터, 제주섬 토박이인 나의 아버지 언어 습관을 차마 이해하지 못하여 눈치 없이 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제주섬에 태어난 죄’라고 할 때 아버지의 온몸에서 풍기던 그 슬프고도 체념 어린 처절한 원죄의식(原罪意識; original sin consciousness)은 뭐란 말인가?
나를 포함한 ‘제주 섬사람’을 이해하는 데는 한참 긴 시간, 어쩌면 나의 온 생애가 필요했다.
누군들 그러하지 않을까. 자신의 태생적 삶을 반추할 때에 비로소 인생의 역사가 새겨진 기록지(記錄地; recording-land)는 어딘지를 가늠하게 하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