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어떻게 써야 할까, 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 두 가지 질문은 어쩌면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만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알 수 없어서 나는 늘 글쓰기를 어려워하는데 「미래의 조각」을 쓸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쓰고자 하는 이야기는 마음속에 있었지만 그것이 좀처럼 소설로서 구성되지 않아 오랫동안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이야기와 소설의 근본적인 차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고민의 과정이 이 소설의 중심이 되었다. 이것을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사필귀정이라고 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그냥 소설이란 원래 그런 것일까. 이번 소설을 쓰면서 드물게 몇몇 순간에 즐거움을 느꼈는데 그것은 글이 뜻대로 풀릴 때가 아니라 뜻밖의 방향으로 나아갈 때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소설이란 원래 그런 게 맞는 것 같긴 하다. 고작 원고지 백 매짜리 짧은 이야기 한 편을 쓰는데도 많은 것이 생겨나고 많은 것이 변한다. 정말이지 놀라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