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PD를 꿈꾸던 소녀는,
신문기자가 되고 싶던 처녀는,
결국 아줌마가 되어 10여 년째
출판계 언저리에서 배회하고 있다.
이런 글재주로 여태 밥벌이를 해왔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
그동안 기회를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한편 속죄하는 마음으로도 살고 있는데,
젊은 시절, 안 어울리게도
‘결혼’이라는 걸 하는 바람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두루 죄를 지은 까닭이다.
소소하고 잔잔한, 하지만
전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닌…
이혼녀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집단을 일률적으로 규정할 순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이들은 대개 일상에서 비슷한 종류의 곤혹스러움, 난처함, 당황스러움을 경험한다. 실패한 결혼이 가져다준 애증과 분노, 회한, 우울 등이 밑바닥에 기본값으로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전부 실화이다. 10여명의 인터뷰이들은 익명성에 기대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실명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마치 복면을 쓴 것 같은 자유로움을 선사한 듯하다. 이들의 경험담을(물론 내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초등생 아들을 키우는 돌싱 생활 3년차인 40대 초반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한 사람의 이야기로 엮었다.
이 책에 실린 에피소드들이 특별히 자극적이거나 극단적인 것들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돌싱녀들의 일상도 그 나이 또래의 일반 여성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단지, 돌싱녀이기 때문에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들, 돌싱녀가 아니면 들어보지 못할 말들, 돌싱녀이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과 정서들이 분명 있기에, 그런 소소하고 잔잔한, 하지만 전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닌 그런 요소들을 그려 보이고 싶었다. 혹시라도 돌싱녀들의 내밀한 사생활(?)을 엿보고 싶었던 독자라면 실망감이 클지 모르겠다.
아울러, 혹시라도 이 책이 이혼을 정당화하거나 부추기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오해하는 독자가 없기를 바란다. 다만, 가정의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혼을 ‘가족의 해체를 가져오는 불행한 사건’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이제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한 우리 사회의 경직된 시각에 대한 아쉬움이 집필의 동기가 되었음을 밝힌다. 이 책을 통해 이혼이 ‘불행한 결혼생활을 종결짓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