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어린이라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할머니의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산적의 딸 로냐』 『사자왕 형제의 모험』, ‘개구쟁이 에밀’ 시리즈 같은 책들을 한 번쯤은 벌써 읽었겠지요? 그러면 잘 알겠지만, 1907년 스웨덴에서 태어난 린드그렌 할머니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번뜩이는 유머가 돋보이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수없이 많이 썼답니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이름이 났고, 상도 많이 받았죠.
여러분은 어렸을 때부터 거짓말하지 마라, 욕하지 마라, 착한 사람이 돼라 등등의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어디 사람이 항상 그럴 수 있나요? 화가 나면 욕도 하고, 때때로 본의 아니게 거짓말도 하고 그러는 거지요. 그렇죠? 오늘 내가 들려준 린드그렌 할머니의 보석처럼 반짝이는 짧은 이야기들은 이런 여러분과 똑같은 친구들의 이야기예요. 무슨 그럴듯한 교훈을 주기 위한 딱딱한 말투의 이야기가 아니라, 개구쟁이 친구들이 천방지축 사는 얘기죠. 물론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슬픈 이야기도 있고요.
초등학교에 들어간 첫날, 한 남자아이의 뜻 없는 선물을 받고 감격하여, 같은 반 친구들의 숱한 놀림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아이를 그림자처럼 계속 따라다니다, 화창한 5월 어느 날 언덕 위에서 굴러떨어지는 바위가 남자아이를 덮치지 못하게 연약한 몸을 던진 여덟살 난 소녀, 동화책 속 공주와 닮은 가난한 농부의 딸 메리트 공주.
꽃이 활짝 핀 그림같이 아름다운 벚나무 아래에 앉아 있다가, 그 앞을 지나가는 어떤 아줌마에게 입에 침도 바르지 않고 깜찍하게 이야기를 꾸며 내 들려주는 꿈꾸는 듯한 파란 눈의 안네.
항해사인 아빠는 배를 타고 외국에 나갔고 엄마는 아파서 병원에 오랫동안 누워 있기 때문에 이모 집에 얹혀 살며 구박받다가, 심술궂은 두 명의 이모와 사촌 여동생에게 시달리다 마침내 쌓이고 쌓인 분노를 터뜨리는 귀염둥에 에바.
눈이 많이 내려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 전나무를 구할 수 없어 크게 낙담한 식구들을 위해 멋진 전나무를 한 그루 구해 온,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귀여운 꼬마 로타.
갓난아이 때부터 서로 자기 아이가 잘났다고 떠벌리던 엄마들의 경쟁을 이어받아 사사건건 경쟁하다가, 마침내 누가 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수 있는지를 놓고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바람에 똑같이 다리가 부러지고 나서야 웃으며 화해하는 개구쟁이 알빈과 스티그.
어때요, 여러분 모습과 비슷한가요?
제가 『난 뭐든지 할 수 있어』를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처음 소개하고 나서 3년 뒤인 2002년 1월 린드그렌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이 책은 1999년에 처음 한국 독자들과 만났습니다─편집자). 할머니의 새 이야기를 더는 들을 수 없게 되어 슬프지만, 전 세계 손자 손녀 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시던 린드그렌 할머니의 인자한 목소리와 사랑스런 눈빛은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 할머니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과 함께.
이 책에 실린 열두 편의 이야기는 독일어로 된 Erzahlungen (Verlag Friedrich Oetinger 1990)에서 골라서 번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