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남매 중에 막내딸로 태어난 나는 많은 비교를 받으며 자랐다. 엄마의 이상향 아이를 기준으로 계속된 비교는 내 안에 완벽주의를 만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완벽주의는 완벽하지 못할 것 같으면 쉽게 포기하는 양면성 또한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완벽하게 해내지 못할 것 같으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나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다. 육아만큼은 완벽하게 해내고 싶었지만, 생각만큼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정말 모든 걸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너무도 쉽게 포기하던 내가 단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존재를 만난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포기하지 않고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완벽하지 않아도 됨을 배웠다.
육아는 아이를 성장시키는 과정이라 생각했었는데,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이었다. 아이가 아니었다면, 나는 나의 내면을 이토록 심도 깊고 끈질기게 파고들지 못했을 것이다. 이토록 치열하게 일상을 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과 고립되어 있던 나를 세상과 다시 소통시켜준 것도 육아를 통해서이다.
나는 이제 나와 내 아이를 존중하며,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아이의 관심사와 의견을 그대로 존중해 주고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해주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억압되지 않고 고유하게 잘 자라고 있다. 또한 자기주도적이며 자신의 무한한 능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올해 일곱 살, 네 살이 된 두 아이 모두 일찍 한글을 뗐으며, 다개국어를 구사하고 있다. 첫아이는 수학적인 감각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둘째는 노래와 율동을 동시에 카피해 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나같이 상처 많고 지극히 평범한 엄마도 해냈으니, 여러분들도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받은 상처도, 또 아이에게 주었던 상처들도 더 큰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다. 여러분은 어른이고, 엄마이며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모든 부모들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아이들과 평온한 삶을 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