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1943년 나치에 의해 포로 수용소에 끌려갔던 뒤라스의 남편 로베르 앙텔므를 기다리는 동안 씌여진 뒤라스의 일기문입니다. 희망과 절망의 교차, 기다림 등이 진솔하고 간결한 문체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뒤라스의 독특한 문체를 번역자인 제가 제대로 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뒤라스는 남편을 너무나 고통스럽게 기다리지만 D라는 남자를 사랑합니다. 앙텔므가 살아 돌아오고, 기력을 회복하자 그와 이혼하고 D와 결혼합니다.
이 글에는 40년대의 나치 점령 시절, 혹은 해방 직후의 파리와 지식인들의 모습, 그리고 작가 뒤라스의 젊은 시절의 지전적 모습들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열림원의 '고통'에는 '고통'외에도 몇 개의 짧은 단편 소설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단편은 '파리의 오렐리아'입니다. 나치의 폭격이 자행되는 가운데 작은 유태인 여자 아이와 아이를 숨겨준 아주머니의 이야기입니다. 아름다운 글이지요.
은 프랑스 유학을 하던 80년대 후반에 밤을 새워 읽은 책이었고, 그 10년 후 열림원의 제안으로 번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석사 논문과 박사 과정 수료 논문을 뒤라스로 썼기 떄문에 박사 논문을 쓴 베케트와 함께 뒤라스는 저에게 가장 친근한 작가이지요. 뒤라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모데라토 깡따빌레'를 권합니다. 한국어 번역본을 읽어보지 않아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원문으로는 정말 뛰어난 소설입니다. 50년대에 흑백 영화로도 만들어졌구요.
제가 번역한 책을 읽으실지도 모를 미래의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인터넷의 즐거움이군요. 그럼... (2000년 8월 11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