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머니는 장거리에 내어놓을 농산물을 머리에 이고 30리 길을 걸어서 면내에 있는 오일장을 다니곤 하셨다
오후 해 기울 때 쯤 마을 어귀로 나가 눈깔사탕 사 오실 어머니를 눈 빠지게 기다리곤 했었는데, 한번은 그 장에 가 볼 거라고 선 듯 따라 나선 적이 있었다
멀리 보이는 산모롱이를 부지런히 걸어 돌아서면 또 저만치 산모롱이, 또 산모롱이...
그렇게 도착한 장터는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온갖 신기한 물건들이 다 모여 있고 맛있는
것은 왜 그리도 많던지. 그렇게 오가던 길의 힘들었던 기억과, 산 능선 사이로 가끔씩 얼굴을 내밀던 파란 바다가 선명했던 내 유년시절 5일장에 대한 잔상 탓인가 재래장터는 내게 아련한 추억이요 두고 온 고향 같은 곳이다(중략)
북평 5일장은 몇 안 되는 전국 규모의 대형 재래장이다
차분하게 시작되는 장터의 일상은 정오 무렵이 가까워지면 찾는 인파가 늘어나면서 왁자지껄 북새통을 이룬다
국밥집이며 국숫집이 빼곡이 빈자리가 없고 소주, 막걸리도 한 잔씩 오고 간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지만 장터 골목 여기저기서 장사는 뒷전으로 장기나 윷놀이가 벌어지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앉아 떠들썩하게 정담을 나누는 여유있고 낭만적인 모습들도 연출되곤 했었다
동 시대에 태어나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우리들의
소탈하고 평범한 장터 이야기
하지만 누군가는 꼭 기억하고 증거 해야 할 이야기...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는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