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드로잉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그림 그리고 글씨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드는 프로 사부작러이기도 하다. 주로 선을 이용한 이미지 작업을 하고 있으며, 계속 새로운 곳을 여행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다.
첫 여행 이후로 틈만 나면 구례에 내려가 사람들 속에서 마음 따뜻한 추억을 쌓는 중이다.
2월이 시작되면서부터 나는 완벽하게 멘붕에 빠져 버렸다. 갑작스럽게 작업실에서 나와야만 했고, 여러 가지 일들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상황을 내가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는 쌓여만 갔다.
문득 꽃구경을 좀 하고 싶어졌다. 낯선 곳에서 보는 벚꽃은 어떤 느낌일지 늘 궁금했기에 큰 맘 먹고 한 번 떠나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큰 맘 먹고 여행 날짜를 잡아놨는데, 올해는 눈치 없이 꽃들이 너무나 일찍 만개해 버렸다. 일기예보는 더했다. 떠나는 날 아침까지도 우산을 챙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정도였다. 설상가상으로 떠나기 전날 배탈까지 나서 그저 앓고 있었다. 왜인지 올해 들어 무언가 자꾸만 어긋나는 것 같아 침울해졌다.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떠날 수 없을 것 같아서 차곡차곡 짐을 싸고 알람을 맞추어 본다. 일 때문에 잠시 경유하면서 보았던 반짝이는 섬진강가의 구례에 내려 그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으니까. 적어도, 적어도 후회하지는 않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