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대 명예교수(부총장 역임),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미국소설학회, 헤밍웨이학회, 서초문인협회, 경맥문학회 등 회장 역임(현 고문), 계간 여행문화 주간, 계간 미래시학, 문학의식 등 고문, 한국현대시인협회 국제문화위원장
· 소설집 『세종대왕 밀릉』 외 3권, 시집 『여행자의 잠언』 외 3권, 수필집 『열두달 풍경』, 평론집 『우리시대의 성과 문학』 외 공저, 번역집 등 다수
한 세상 살아가면서 뗀 발걸음이 많았다. 그때마다 남긴 발자국은 ‘낯선 풍경’을 ‘익숙한 풍경’으로 순치시키려는 흔적들이 아니었을까. 어떤 경우에는 신 풍경에 예전 기억을 소환하여 일종의 이중인화로 기시감을 찾아내려는 노력이기도 하였다. 선명하던 발자국은 세월 따라 풍화도 되었고 조각 화석으로 남기도 하였다. 그런가하면 정말 세월이 흘러 이제는 처음 보는 낯선 풍경도 그리 낯설지 않게 보인다. 시력도 많이 닳아졌고, 감성이 더욱 많이 닳아지고 있는 현상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새로 발을 딛는 풍경에 자신을 익숙하게 투영할 수 있는 오만한 자신감도 사라졌다. 하지만 유년 때부터 갖고 지내온 낯익지 않은 것에 대한 끝없는 갈망의 마음을 쉽게 내려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비록 무디어는 졌지만 쉽사리 버릴 수 없는 본능 같은 것, 실지회복의지 같은 것이 저 내면에서 쿵쿵거리고 있음을 새삼 느끼면서 졸 시들이 흩어져있는 시작노트를 다시 뒤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