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구 근대의 형성 과정을 지성사·과학사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지은 책으로 『마술 과학 인문학』이 있고, 옮긴 책으로 『종교와 마술 그리고 마술의 쇠퇴 1~3』, 『학문의 진보』 등이 있다.
신 없이는 인간의 유한성이 인식될 리 없고, 자연 없이는 인간이 살아갈 수 없으며, 인간 없이는 신과 자연이 '만들어질' 수 없다. 마술과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관계도 비슷하다. 마술적 담론의 수직적 본성을 알지 못하다면, 과학은 자체의 유한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수평화의 욕망을 좇아 끊임없이 팽창하려고만 할 것이다.
과학적 담론의 수평화 기능을 무시한다면, 지식을 교환하고 쓸모있게 바꾸고 축적할 수도 없거니와, 결국 인류의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인문학적 담론이 없다면, 마술과 과학의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없을 것이요, 마술과 과학이 인간 삶에 제공하는 수직적-수평적 '의미'를 두텁게 읽고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필자가 지식 담론의 지형에서 중요하게 여긴 것은, 각기 얼마만큼의 '넓이'를 차지하고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한 인간의 정신에서든, 한 시대나 한 사회의 매너에서든, 지식의 깊이.너비.두터움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담론 조건을 제시해 보려는 것이 이 책의 원래 목적한 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