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나는 소설을 쓰면서도 독자의 존재를 의심해왔다. 오랜 시간 내 글을 읽은 사람은 같이 수학한 친구들과 선생님 몇 분이 전부였기 때문에 그들이 아닌 독자를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지난 5년간 가장 큰 변화라면 소설을 쓰고 발표하는 게 불멍처럼 혼자 만끽하고 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최근에는 동시대의 독자뿐만 아니라 다가올 시대와 독자까지 고려하라고, 스스로 요구하는 나를 발견한다. 아무래도 나보다 좀더 사려 깊고 과감한 사람에게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소설을 쓰는 건 이 또한 삶의 일부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방향을 탐색하는 것. 그렇게 스스로 그리고 타인에게 가까워지는 것. 글쓰기나 삶이나 부단한 태도가 남긴 궤적이라고 믿는다.
2021년 여름
이민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