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삶의 윤곽이 더 명확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아직도 내게 세상은 때로 거대한 혼돈과 부조리의 덩어리이다. 진실과 가식, 선과 악의 흐릿한 경계, 뒤엉키는 가치관, 부유와 침잠, 독선과 화의, 어둠과 청명...
그럼에도 나는 생이 사랑스럽다. 그 따끈함과 말랑거리는 촉감과 애매모호함과 찬란함과 가능성과 긍정과 모험과 환상들을 사모한다. 때로 무릎을 떨며 한탄하고 때로 많이 곤핍스러워도 어찌 하늘이 주신 이 위대한 생의 아름다움을 소홀히 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