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상품평점 help

분류

이름:김경엽

최근작
2023년 12월 <원주>

김경엽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건국대학교 중문학과와 중앙대 대학원 중문학과를 거쳐 고려대 대학원 비교문학비교문화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건국대, 총신대, 협성대 등 여러 대학에서 글쓰기와 한중비교문학을 강의했다. 2007년 『서정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쓴 책으로 평론집 『중국식 표정』이 있다.
‘걷기 도시’ 원주의 대표길 치악산 둘레길 140km와 굽이길 400km를 틈틈이 걸으며 길과 땅에 스며 있는 원주의 역사와 이야기를 글로 쓰고 있다.  

대표작
모두보기
저자의 말

<중국식 표정> - 2019년 9월  더보기

얼마 전 한 박물관에서 개최한 전시회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수백 년 동안 땅속에 묻혀 있다가 발굴된 나한상(羅漢像)들이었다. 돌에 새긴 성자들의 표정은 조금씩 달랐다. 초승달 같은 눈으로 웃는 표정, 우울한 듯 슬픈 표정, 기쁜 일이 있는지 즐거워하는 표정 그리고 괴로운 듯 찡그린 표정. 제각기 개성이 넘치는 표정들이었다. 찬찬히 표정들을 살피며 그 의미를 나름대로 짚어 보는 순간 돌덩이들이 돌연 살아 있는 것처럼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성과 속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들이 걸어오는 말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런 인식이나 의식 없이 저것들을 바라봤다면 어땠을까. 아무 쓸모없는 흔해빠진 돌덩이에 불과할 것은 뻔한 일이다. 나는 전시회를 둘러보며 문학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문학은 저마다 자신만의 표정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석공이 돌에다 각각 표정이 다른 성자의 모습을 새기듯 작가 또한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문학이란 이름의 성채에 새겨 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표정은 각기 다른 의미를 생산한다. 표정이 감추고 있는 의미를 번역하고 해석하여 성과 속 사이, 이상과 현실 사이, 환상과 실제 사이에 아찔한 소통의 다리 하나 세워 보는 일이 바로 독자와 연구자 혹은 비평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한중비교문학을 공부하면서 오랫동안 기억하고 수시로 꺼내 보는 시 한 구절이 있다. 剪不斷 끊을래야 끊을 수 없고 理還亂 감으려니 더 엉키네 是離愁 이 이별의 슬픔 ―이욱(李煜, 937-975), '오야제(烏夜啼)' 중에서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명주실처럼 질긴 미련의 정을 어쩌지 못하고 견뎌야 하는 자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러니 상실의 고통을 딱 아홉 글자로 함축한 구절은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외워졌다. 이제까지 천 명의 시인이 천 편의 이별시를 썼다면 이 시는 이별을 견디는 천한 번째의 새로운 표정 같았다. 이렇듯 문학은 언제나 나에게 새로운 표정을 발견하는 연속적인 사건으로 다가오곤 했다. 한중비교문학을 공부하면서 작품들의 표정과 그 표정 뒤에 감추어진 말소리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했다. 때로는 잘 들렸고 때로는 모호했다. 모호한 것은 그것대로 새롭게 태어난 변종의 표정으로 여겼다. 문학작품이 저마다 얼굴처럼 붙이고 있는 다양한 표정과 그 표정이 내재하고 있는 궁극의 의미, 이 두 가지를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판독하는 작업이 문학을 공부하는 일의 즐거움이자 어려움이라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모두 중국 문학과 비교문학을 공부하는 즐거움과 어려움을 통과하며 남긴 작은 흔적들이다. 문학은 시공을 넘어 보편적이지만 중국인이 그들의 언어로 창작한 문학에는 그들만의 특수한 조건에 의해 규정된 그들만의 고유한 생각과 자세와 표정이 들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책 제목을 ‘중국식 표정’이라고 정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글을 쓰면서 막히고 캄캄할 때에는 앞선 연구자들의 글과 책에서 희미한 빛을 찾아내기도 했다. 빛이 되어 준 글과 책들은 각주와 참고 문헌으로 정리했다.

가나다별 l l l l l l l l l l l l l l 기타
국내문학상수상자
국내어린이문학상수상자
해외문학상수상자
해외어린이문학상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