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아닌 무언가를 하는 동안 제게서 사라진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순수? 열정? 이런 생각을 하다가 깜짝 놀랍니다. 무엇보다 거의 남아 있지 않는 것이, 바로 수줍음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제 몸에서 소설가의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바로 그것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수줍고, 제게 다가온 시간들에게 좀 더 수줍고, 제가 대하는 원고지 앞에서 좀 더 수줍게 될 수 있다면 저는 저 자신에게서 매일 소설가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도시를 깨운 농부의 보습 날처럼, 제게서 사라진 것들을 다시 깨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