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가.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세이조대학 문예학부를 졸업했습니다. 텔레비전 드라마 '교코' '고이시가와의 집'으로 제14회 무코다 구니코 상(向田邦子賞)을, 영화 '아수라처럼'으로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각본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소설 『먹는 여자ㅡ결정판』이 있고, 에세이 『혀의 기억』 『사랑스런 사람과 맛있는 식탁』 등이 있습니다.
어릴 적 나는 ‘멋지다’라고 생각할 만한 일이 별로 없었다. 말라깽이인 데다가 늘 아팠다.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걸로 1등 아니면 2등이었다. 그게 싫어 신체검사 전에는 수돗물을 배가 터질 만큼 마셨지만 소용없었다.
자주 열이 나서 식욕이 떨어져 축 늘어진 채 누워 있곤 했다. 그럴 때 엄마는 사과를 갈아 천으로 짜서 맛난 사과 주스를 만들어 주었다. 열 때문에 축 늘어져 있는 건 싫었지만 갓 갈아 짜 주는 사과 주스는 ‘멋지다!’였다.
말라 비실비실한 다리라 운동회는 정말 싫었다. 달리기는 언제나 꼴찌여서 다음 차례로 달리는 아이들이 나를 제치고 나간 적도 있었다. 무척 창피했지만, 그때부터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거라 생각하게 되었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 보자고 생각했다. 그날그날의 식단을 생각하거나 엄마가 요리하는 걸 돕기도 했다. 비 오는 일요일에 엄마와 함께 만드는 도넛이나 푸딩은 ‘멋지다!’였다.
부모님이 이혼하고 외동인 나는 엄마와 큰집에서 살았다.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배우여서 집에 오는 손님들 대부분 영화나 연극을 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모두 대단히 개성 있고 열정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좀 이상한 사람들 속에서 홀로 조용히 있는 엄마를 보며 ‘내가 엄마를 오래오래 지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일이었다.
말라깽이 나는 이상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축 늘어져 있었지만,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를 싫어하지 않았다. 미워하지 않았다. 상처 입기도 했고, 화가 나기도 했고, 슬픈 일도 많이 있었지만, 아직 어린아이였던 조그만 마음은 기묘한 사람들이긴 해도 왠지 귀여운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는지 지금도 잘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나는 어떤 일이든 ‘멋지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